평생 팝 뮤직과 영화를 듣고 보는 것이 취미이자 일이다 보니, 나름 나이에 비해 젊은 감각으로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제 틀딱이야!'라는 것을 절감한 것이 3년 전 즈음이다. 

블락비가 '헐 (HER)' 퍼포먼스를 하는 이벤트에 취재를 갔다가 그 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던 여학생들의 비명 소리에 귀가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아이돌 이벤트 현장 취재에서는 손을 놓고 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대개 기자나 평론가들은 시사회에서 작품을 일반 관객들보다 먼저 보고 리뷰를 쓰지만, 나는 굳이 주말 늦은 시각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남성들은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사카구치 켄타로'가 출연하는 일본 영화이다. 남성들은 절대로 여친과의 동행은 금물이다. 

한일 소녀들의 랜선남친으로 자리매김한 사카구치 켄타로는 '내 이야기'에서는 스즈키 료헤이, '히로인 실격'에서는 야마자키 켄토에 업혀 간다는 느낌이었지만, '너와 100번째 사랑'부터는 완연히 자신 만의 '옐로우 멜로우'한 매력으로 스토리를 지탱해 나간다. miwa의 OST가 유난히도 여운이 남는 이 아름답고도 슬픈 로맨스를 통하여 이미 일본은 물론 한국의 소녀들은 사카구치 켄타로에게 흠뻑 마음을 빼앗겼다.

최근 제3회 JFF 일본 영화제를 통하여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공개된 최신작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부터는 연기력이 일일신우익신 (日日新又日新)한 배우 켄타로를 만날 수가 있는데, 20대 중반에 극장 스크린에서 흥행과 연기의 이도류를 해내는 주연급 남성 배우는 한국은 전무하고 일본에서도 사실 극히 귀하고 드물기 때문에, '야마자키 켄토'와 함께 앞으로의 연기 행로에 더 기대를 걸게 만든다.

대학 새내기인 내 여조카의 방 벽에도 '너와 100번째 사랑'의 포스터가 붙어 있더라는...^^

(사진제공 = (주)엔케이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