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장고 인 멜로디'는 음악 영화이고, 그 자체가 음악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 텔링 자체는 사실 그리 재밌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사운드 오브 뮤직' + '집시의 시간' + '쉰들러 리스트'.....스토리는 대략 그렇게 진행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도 연기도 연출도 아닌 실존했던 집시 기타리스트 쟝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이다.

재즈를 좋아하게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매니아가 되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기타리스트가 쟝고 라인하르트이지만, 대신 재즈 입문자가 쟝고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는, 1930~40년대 스윙 시대의 유럽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즘 시대의 음악 입문자에게는 고리타분하게 들려 온다)

다시 말해서 듀크 엘링턴과 루이 암스트롱 그리고 베니 굿맨의 'In The Mood'에 흥미가 발동해야 쟝고의 기타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오래 전 카투사로 용산 기지에서 근무하면서 주한 미군 뮤직 라이브러리 내 어마어마한 양의 재즈 특히나 스윙 시대 LP를 접하면서 정말이지 미치는 줄 알았다. (관심 가진 인간이 나 한사람 뿐이었으니, 라이브러리가 통째로 내 것이었다.) 일반 사병 출신의 한국 남성들 중에서 아마도 군대를 제대하기 싫었던 사람은 나를 포함 몇 안될 것이라 확신한다. ^^

스윙은 요즘의 힙합과 마찬가지로 당시 미국과 유럽의 무도회장을 휩쓸었던 가장 대중적인 댄스 음악이자 빅밴드용 재즈였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록앤롤이 등장하면서 스윙은 시들해 지고, 재즈는 빅댄드 시대에서 퀸텟, 쿼르텟 등 소규모로 전환이 되면서 마일즈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이라는 모던 재즈의 거장들이 등장하게 된다.

쟝고는 바로 스윙 시대와 모던 재즈 시대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아티스트이며,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집시 태생의 기타리스트라는 특성 때문에, 모든 면에서 매우 유니크했다.

영화 리뷰를 하는 자리에서 재즈 이야기를 길게 적어 내려가는 이유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 자체가 쟝고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의 작품으로 덱스터 고든이 출연하고 허비 행콕이 음악을 담당했던 영화 '라운드 미드나잇'을 먼저 감상하라고 권하고 싶다.

재즈를 좋아하거나 우디 알렌의 영화를 좋아하거나 혹은 필림 느와르 시절의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온 몸이 짜릿한 영화'일 것이며, 단지 재밌는 작품을 찾는 캐쥬얼 팬이라면 안보는 것이 낫다. 

쟝고 음악 전문 그룹인 로젠버그 트리오가 음악을 담당했기 때문에, 블루레이가 출시된다면 홈씨어터를 풀가동할 만한 정말 훌륭한 음악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