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빌보드'를 보고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내가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예전처럼 방송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입장도 아닌, 네이버 노출도 안되는 자그마한 인터넷 뉴스의 기자로서 리뷰한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였다.

한국처럼 좁은 바닥에서는 아카데미 수상이 거의 확실시 되는 급의 영화라든가, 아니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정도 시사회를 마치고 나서, 생각을 가감없이 밝힐 수가 없다. CJ 자금이 투여된 한국 영화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매체나 기자 혹은 평론가를 근래에는 아예 보기도 어렵다. 대신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는 "참 이런 졸작을 우리가 뿜어대고 먹고 살아야 하다니..."로 마무리가 된다. ^^ 그나마 지상파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잘 부탁한다고 대접도 받고 그랬지만, 요새는 김영란법 때문에 어차피 뿜어 준다고 해서 별 소득도 없다.^^ 

분명히 대다수가 졸면서 보았어도, 돌아가서 각자의 매체나 기고란을 통하여 찬양질들을 하느라 바쁘다보니, 이제는 쓰레기같은 SM이나 YG 아이돌들의 신곡이 나오면 명색이 기자라는 것들이 찬양 리뷰를 써대는 것도 그러려니 무뎌져 간다.

미세스 코엔이신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이제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쓰리 빌보드"를 통하여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는 영화 '마더'에서의 김혜자 급으로 이제는 거의 신계에 접어 들었다. 당대에 메릴 스트립 말고는 아예 라이벌 자체가 없어 보인다.

시나리오 역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썼다. 후미진 시골 마을 모두가 모두를 뻔히 아는 좁은 공간에서, 살인 사건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등장 인물들의 바라보는 각도와 입장, 감정이 모두가 제각각이고, 그 제각각이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데, 그 미묘한 감정의 충돌을 정말 잘 꾸려 나간다.  시나리오와 연기 그리고 연출이 삼박자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졸리다.

아카데미 연기상, 각본상 주기에 아주 적합한 작품이고, 조연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그러니 평론가나 기자들이 리뷰하면서 찬양 썰(?)을 풀기에도 매우 적합하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거의 매일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살면서 썰을 풀다보니, 이제는 '졸리다'와 '재밌다'...사실 이 두가지 외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잘 모르겠다. 영화가 예술 탐미의 대상이던 시기도 있었고, 그럴만한 작품들이 지금도 간헐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재미가 있냐 없냐로 귀결이 된다.

"쓰리 빌보드'는 잘 만들었고 미세스 코엔은 신들린 연기를 선사한다. 그리고 나는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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