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의 실제 현실과는 다르게 영화를 통한 게이 혹은 호모들의 사랑 이야기는 이제 고리타분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색다른 소재도 아니고 홍보 문구에서 특별히 강조되지도 않는다. 남은 것은 'How'일 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어머니가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틸타 스윈튼의 '아이 앰'을 통해서, 이미 비보편적인 러브 스토리를 아름답고 지적으로 그려나가는 분야의 대가로 자리잡은 씨네 아티스트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소지섭과 손예진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따위의 러브 스토리에 푹빠진 관객 혹은 소지섭 '빠수니'라면 그냥 패스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 않고, 보다 깊이 사랑의 실체를 영화를 통하여 체험해 보고자 하는 관객에게는, 영화에 투자한 시간과 돈을 몇 배 이상으로 되돌려 받는다. 한마디로 '뜩 죽인다!' (^.^)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째 심플 한국 배우들은 저렇게 지적이고 강렬한 연기를 해낼 인물이 없을까'였다. 문성근이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지적인 대사와 시츄에이션 소화가 가능해 지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영화 속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가 기본기를 갖추어야만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영화를 만들 수가 있다. 우디 알렌 류 영화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국가 전체의 문화 총력이 상승되야만 하는, 참으로 요원한 바램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영화가 너무 좋아서 괜히 한국 영화에 심술을 좀 내봤다. (^^)

처음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호모 영화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하고 헐리웃에 가기 훨씬 이전 파릇파릇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실제 호모의 적나라한 섹스를 연기한 '욕망의 법칙'이었는데, 그 때에 비한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호모 플릭을 스토리가 아닌 감정선을 따라 애잔하고도 처절하게 그려 냈다는 점이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푹 빠져들게 만든다.

단, 호모 영화의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러브 씬 혹은 미묘한 감정 처리 씬에서 아직도 나로서는 감정이입이 쉽지 않아 두 남자를 소지섭과 손예진이라고 상상해야 한다는 점. 뭐 이건 호모가 아닌 남성 관객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니 그냥 푸념으로 여기시기를...영화는 여하튼 뜩 죽인다!

[Photo(C)Sony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