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 이후로 과연 신규 발매 록 앨범을 내가 몇장이나 구입했나하고 심심해서 세어보니 채 100장이 되지를 않는다. 초창기만 해도 나로서는 재수없어 하던 블랙 가이들의 힙합이나 랩도 카니에 웨스트와 켄드릭 라마 덕분에 100장 이상은 구입했는데 말이다.

결국 돌이켜보니 2천년대 들어서 음반에 돈을 지불한 것은 대부분이 60년대 부터 90년대 사이 록 앨범들의 리마스터 버전 아니면 보존 상태가 양호한 오리지널 LP였다. 간단히 말해서 2천년대 이후 록 뮤직은 망해가는 음식점 같은 쟝르였다.

음악을 포함해서 모든 문화 예술 쟝르는 새로운 모티브가 없으면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린다. 클래식도 그렇게 되었고, 재즈는 노라 존스가 잠깐 반짝한 것을 (사실은 재즈 팝이지만) 제외하고는 도쿄와 파리에서나 제대로 라이브를 감상할 수가 있다.

1999년에 스매슁 펌킨스가 해산하고 록 뮤직이 맛이 가고난 후 부터는 음악 그 자체에서 관심이 멀어져만 갔다. 간헐적으로 라디오헤드나 U2의 신보가 나오면 잠시 관심이 갔다가도 결국 새로운 그 무엇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지속되지를 못했다.

잭 화이트 역시 바로 그렇게 이따끔 나에게 록 뮤직에 잠시나마 다시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존재이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 발표했던 'Ichy Thump'는 내 휴대폰 라이브러리에서 최다 재생되는 곡이기도 하다.

@jackwhite

'Blunderbuss'와 'Lazaretto'에 이어지는 잭 화이트의 세번째 솔로 신작 LP인 'Boarding House Reach'는 더도 덜도 아닌 잭 화이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싸이키델릭 소울 록 앨범이다.

잭의 최대 장점은 올드 스쿨을 바탕으로 다양한 쟝르 퓨전과 실험 정신에 투철하다는 면인데, 그러한 도전적인 태도가 이번 앨범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 서론에도 적시하였듯이, 잭 역시 새롭지는 않다. 사실상 새로움이 존재할 수 없는 흘러간 쟝르가 되어버린 록 뮤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저기서 재료를 끌어 모아 프리즘의 각도를 조금 바꾸어 빛의 착시 효과를 내는 것 뿐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하리요. 그마저 없으면 록 뮤직 자체가 이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jackwhite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신작 앨범이 올해 들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유일한 록 앨범이라고 한다. 구 명반들의 신규 리마스터링 앨범이나 되풀이해서 들어야 하는 나같은 올드 스쿨 팬들에게 잭 화이트는 너무나 귀엽고 소중하다. 내 눈에는 잭이 트와이스나 블랙핑크보다 더 귀요미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