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코 앞이고, 이 맘 때면 트로트 가수들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평소 부르지도 않던 지상파 TV의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하이라이트 시간대에 출연할 수 있는, 아마도 1년 중 두번 (추석과 함께) 만이 가능한 트로트 가수들의 대목이다.

그나저나 나는 트로트라는 이 단어부터가 어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가요 혹은 전통 가요라는 용어를 버젓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누구 맘대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일본 엔카로 시작된 우리 근대 가요는 일본에 대한 정서 때문에 1910년대 전세계를 휩쓸었던 4분의 4박자 댄스 리듬인 폭스트롯에서 '트롯' 만을 발췌 차용하여 '트로트'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전통 가요'라는 가면을 쓰게 된다.

박자와 즉흥성의 차이 때문에 트로트와 엔카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음악인들도 있는데, 당연히 음악이던 음식이던 모든 문화는 국경선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씩의 차이가 발생하게 마련이며, 그렇다고 원산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음악별 한 쟝르 내에서도 파생되는 가지 쟝르가 얼마나 많은가? 헤비메탈과 하드록이 다른 쟝르의 음악인가? ^^

미국에서도 '남부 촌놈들'이라는 의미의 '힐리빌리'를 듣기 좋게 '컨츄리'라는 세련된 용어로 빌보드가 포장하면서부터 전국화 및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된 것처럼, 엔카를 우리가 듣기에 거부감이 없는 '트로트'라는 용어로 바꾼 것은 백번천번 이해가 된다. 하지만 트로트가 '우리의 전통 가요?'...이건 좀 너무 나갔다. 우리의 전통 민요는 있지만, 우리 근대 가요의 시작은 엔카이고 현재는 엔카의 한 쟝르인 한국식 트로트라 해야 맞다.

일본이 원산지인 아시아식 아이돌 인형 놀이를 응축 개발하여 케이팝 아이돌이 탄생하였고, 이를 다시 일본에 역수출하는 것이 케이팝의 최대 수입원인데, 뭐 창피해야 할 일인가? 

'미소라 히바리'와 '이미자'가 다른 쟝르의 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