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대중음악을 오래 듣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참기 어려운 단순함 때문에 질리기 시작한다. 국내의 모든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실제 집이나 작업실을 방문해 보면 수납장은 온통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하고, 일부 재즈와 록 그리고 가요 음반들이 눈에 띈다. 나같은 경우는 재즈 LP를 가장 아낀다.

결국 대중음악에서도 예술성을 인정받은 쟝르 혹은 아티스트 만이 세월을 이겨내며 캐쥬얼 애호가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귀를 계속 잡아 당긴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경박함으로 인하여 한동안 관심 자체가 없었던 대중음악 특히나 가요가 오랜 만에 나의 뇌파에 스파크를 일으켰던 것은 두 명의 여성 가수들 때문이었다.

하나는 샤키라였고, 또 하나는 씨스타의 효린이었다.

▲ Photo(C)Sony Music Lables

샤키라 부터 이야기 해보자. 'Underneath My Skin' ' Hips Don't Lie'....도대체가 너무나 어색한 영어 타이틀이고 특히나 'Hips Don't Lie'는 리듬부터가 이국적이었다. 아라비안 댄스와 라틴 리듬에 힙합이 어우러지고, 보이스는 중성적이면서 전체적으로는 섹스 어필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었다.

AC/DC의 곡을 커버하며 록 뮤지션으로 콜럼비아를 시작으로 남미를 휩쓸고 난 샤키라는 소니 라틴 레이블의 배급력과 쿠바 출신 팝스타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도움으로 미국의 팝시장에 등장했다. 흑발을 블론드로 염색하여 바꾸고 전형적인 팝 발라드 'Underneath My Skin'으로 빌보드 탑텐에 오르기 까지만 해도 그저 미국 내 히스패닉들이나 좋아하다 말겠거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샤키라는 뻔한 행로를 지속하지 않았다. '내 노래는 내가 가사를 써서 내 심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하에 UCLA의 랭기지 코스를 수료하고 영어 공부에 전념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 낸 곡이 'Hips Don't Lie', 영어권 작사가들은 도무지 생각해 낼 수가 없는, 아니 사실 말도 안되는 노래 제목부터, 특이하고도 섹슈얼한 리듬과 댄스에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매료되고 말았다. 결국 샤키라의 투어는 블루레이 디스크 사상 최다인 1,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CD와 음원을 우습게 만들고 팝 시장 자체를 본격적인 라이브 시대로의 전환으로 이행시킨 기폭제가 되었다. (스패니쉬 언어의 글로벌한 파워이기도 하다)

▲ 사진제공 = 씨스타 공식 팬카페

케이팝, 아니 한국 가수들 중에 팝 시장 도전이 가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하는 경우는 개인적으로 씨스타 효린 뿐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몇가지 문제점이 확연하기는 하다. 영어, R&B에 경도, 아시아 마켓 조차도 석권하지 못한 상태... 특히 비욘세를 연상시키는 화장과 패션 스타일은 문제가 많아서 마치 90년대 나오미 켐블의 스타일을 그대로 카피했던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를 상기시킨다. 아무로는 아시아 시장을 타겟팅했으니 별 문제는 아니었지만...

팝시장은 미국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수를 굳이 동양계 여가수에게서 찾지 않는다. 샤키라가 이미 너무나도 좋은 본보기이며, 'Paper Planes'로 시작이 좋았던 인도-파키스탄 출신의 M.I.A는 리안나와 마돈나 흉내내다 사그라졌다. 에일리와 효린이 앞다투어 비욘세의 'Halo'를 모창하는 장면을 보면 나는 가슴이 쓰라리다. 비욘세 스타일 흑인 여가수는 미국에 지나칠 정도로 많다. 클래식 평론가 겸 스테레오 사운드 한국판의  편집주간인 박성수 씨의 말을 빌리자면, "대중음악의 핵심은 Exotic...이국적"이다.

SXSW의 케이팝 쇼케이스에서 무대에 오른 효린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