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대박이 났을 때,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환호성을 질렀다. 나 역시 미국의 인기 토크 쇼나 연말 시상식에 등장한 싸이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기가 막힌 그의 재능과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감동을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이번에는 일본의 콧수염 아저씨 피코타로가 'PPAP'로 싸이와 동일한 루트를 따라 코믹 아이디어 송으로 전세계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이다. 싸이는 누가 봐도 '원히트 원더'인데, 한국의 언론과 대중은 연속 히트를 기대하며 '오두방정'을 떨어 댔다. 싸이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코믹 콘셉으로는 미국이나 영국 가수도 팝월드에서 항상 반짝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위어드 알 얀코빅'이나 '랜디 뉴먼' 혹은 그 옛날 '빌리지 피플' 정도가 한계이다.

▲ 사진출처 = 피코타로 트위터

일본 대중과 언론 역시 'PPAP'의 대히트에 환호하고 흥분한 것까지는 한국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후속작을 영어로 발표한다는 소식에, 일본 언론과 대중음악계는 냉소를 보낸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에는 피코 타로의 실력은 물론, 팝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날카롭게 지적을 한다.

한국의 대중음악계는 언제부터 이렇게 오두방정이 시작되었을까?

마리오네트 놀이 아이돌들이 대중가요계를 점령한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일본은 아이돌과 아티스트계를 철저하게 구별한다. 아이돌은 음정, 박자 무시하고 귀엽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공중파 TV의 라이브 쇼에 출연한 이타노 토모미(전 AKB48)가 떨리는 목소리로 음정도 틀리며 피치 보이스(앵앵 거리는 소리)로 노래해도 뭐라고 하는 일본인은 없다. 곧바로 다음날 오리콘챠트 1위에 오른다.

▲ 사진출처 = 싸이 트위터

한국에서는 아이돌도 가수라고들 여기는지 가창력이 어쩌니 립싱크가 어쩌니 뒷말이 나온다. 도대체 아이돌에게 뭘 기대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런가하면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애들이 있지를 않나...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진화했다고 홍보하는 애들도 있지를 않나....정말 가지가지들 한다.

대중음악을 다루는 매체나 언론에서도 냉정한 평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임진모나 강헌은 뭐하고들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평론가들이 입을 다문 사이에, 아이돌 기획사의 '시다바리' 격들인 기자들이 뭘 안다고 대중음악에 대하여 '나불나불' 거리면서 무조건 찬양을 해대는지 ...그 머릿속들을 열어 보고 싶다.

미국의 빌보드는 비판 칼럼이 없다. 한국의 멜론 같은 곳이다. 신곡은 다 좋단다. 그래서 음악 애호가들은 빌보드 차트만을 참고하고 글은 읽지 않는다. 대신 미국에는 '롤링스톤'이라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대중음악 매거진이 존재하며 발행 부수도 음악계에서는 넘버 원이다. '롤링스톤'은 좋은 음악을 소개함과 동시에,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는 가수나 앨범에 대해서는 아주 잔인하게 메스를 가한다.

조용필이 신보를 내면 '위대한 아티스트의 귀환'이라고 난리 법석들을 떨지만, '이제 집에서 쉬시죠'라는 칼럼이나 기사를 볼 수가 없는 곳이 한국이다. 2천년 이전에는 '한국은 나라가 작으니까..'라는 만사형통의 핑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것만으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