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케이팝 칼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이 결정되고 올 상반기 안에 조속히 설치 완료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중국의 사드 빙자 한류 차단은 이제 본격화할 것이 불 보듯이 뻔한 상황이 되었다.

불과 몇 년전, 일본의 공중파 TV에서 케이팝 가수들의 출연 금지 (비공식)가 발동되면서 걱정에 휩싸였던 케이팝은, 중국이라는 뉴 프론티어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성장 엔진이 꺼지지 않고 진군의 진군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 확실 시되는 사드발 중국의 케이팝 차단은 돌파구가 있을까?

친미 보다는 친중국 성향이 강한 현재의 야당이 집권하면 해빙 무드가 조성될까? 대중문화 특히 대중가요는 사회 및 정치적인 환경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예술과 표현의 자유'라든가 "세계화 시대에 역행 어쩌구... " 들먹이는 것은 '쥐뿔'도 모르는 몽상가들의 공상일 뿐이다. 어느 나라 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중 가요는 정치와 궤를 같이 한다. 나라 별 예를 들자면 한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난징 올림픽중심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엑소의 '엑소플래닛 #3-더 엑소디움' 공연이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엑소의 중국 공연이 연기된 것이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사진 : 라이브엔DB)
대중문화의 트럼프식 장벽 쌓기는 우리가 중국 탓할 입장이 못된다. 일본 가수가 아직 한국의 TV와 라디오에 출연하여 노래할 수 없는 것에 '국민정서'가 기본 방어용 레토릭이지만, 아시아에서 우리만 일본에 침략 당한 나라가 아니다.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은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에 해외 자매 그룹을 만들었고, 대만은 오래 전부터 일본 J-Pop 스타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90년대 아무로 나미에와 X-JAPAN의 피버를 경험하지 못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 뿐이이기도 하다.

비단 일본 대중음악 뿐이 아니다. 우리는 케이팝을 팔지 못해 안달이 나 있지만, 정작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음악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오나가나 '한류'라는 참으로 '재수없는' 용어를 함부로 꺼내 든다.

60년대 초 영국 보이 그룹들이 미국 팝 차트를 강타하면서 '브리티쉬 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지만, 이는 미국 평론가들이 지어 낸 말이지, 영국인들이 자기 입으로 먼저 떠든 소리가 아니다. 케이팝이라는 용어도 일본과 미국의 빌보드에서 제이팝에 빗대어 먼저 사용한 것이지, 우리가 케이팝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케이팝과 한류의 불경기가 당분간 피할 수 없다면, 이 기회를 정리정돈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부피가 줄다보면 난무하는 순위들도 정리가 될 것이고, '개나소나' 아이돌 장사하겠다는 기획자들도 투자가 줄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중소 케이팝 기획사들의 대주주인 중국 자본이 어느 정도 빠져 나가야, 케이팝은 자기 실력 만큼의 부피를 가지고 질적 승부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월드 뮤직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콘서트 시장 중심으로 바뀌었다. 음원과 CD는 이제 홍보용으로 출시하는 것이고, 수익은 라이브를 통하여 얻는 구조이다. 할 말과 예는 태산이지만, 라이브엔에 기고하는 첫 칼럼이니, 그저 앞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방향 만을 먼저 떠들어 봤다.

불경기가 공황으로 변하게 되면, 역사는 반드시 혁명 혹은 개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좋건 싫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