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게 한국 대표팀이 허무하게 페널티 킥 골을 내주고 패배한 이후에 "경기를 본 사람은 모두 패자"라는 비아냥과 조롱이 난무한다.

그와 반대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자 이미 18년이나 지난 '하나 그리고 둘'은 "본 사람은 모두 승자"인 작품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 차오밍 량 감독의 '애정만세',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천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 그리고 트란 안 홍 감독의 '씨클로' 등등 일본 이외의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세기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오던 90년대는 그야말로 아시아 웨이브가 영화 팬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들중에서도 나는 왕가위와 차오밍 량 그리고 홍상수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도쿄 이외의 아시아 메트로폴리탄에 살고 있는 젊은 지성들의 고독감과 상실감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작품을 과연 또 만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일본의 제작 지원을 받아 완성한 그의 마지막 작품 '하나 그리고 둘'은 중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영어 자막으로 처음 보던 그 순간, "90년대 아시안 웨이브를 에드워드 양이 최종 정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2000년도 작품이고 거장의 유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지 않았다. 영화 내용 중에 "인생에 두번째 기회가 온다면"이라는 테마가 담겨 있는데, 한국 관객들에게는 거장의 내공을 음미할 두번째 기회가 극장 재개봉으로 찾아 온다.  6월 28일이라니까, 누구 끌고 가지 말고 혼자 극장에 가서 차분하게 앉아서 감상해 보시기를.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