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리는 연애 로맨스 영화를 미국에서는 보통 칙 플릭 (Chick Flick), 그러니까 '기집애들이나 보는 영화'라고 다소 비꼬는 듯한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나 역시 '칙 플릭'은 시간낭비라 여기는 부류라는 점을 우선 밝혀둔다.

2016년 일본 박스 오피스를 강타했던 영화 '식물도감'이 2년이 지나 한국 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겁나게 재밌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것이, 베스트 셀러 원작, 알콩달콩한 무드와 디테일, 오밀조밀한 스토리 텔링과 연출 등등에 우선적으로 기인을 하지만, 특히나 이 영화로 신인상을 수상했던 두 주연 배우 '이와타 타카노리'와 '타카하타 미츠키'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산다이메 J Soul Brothers EXILE의 댄서인 이와타 타카노리는 퍼포머로서 무대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인상과는 정반대로, 영화에서는 순둥이형 '김종국' 스타일로 등장하여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다. 흠이 한가지 있다면 연기력이나 발성 등등 배우로서는 다소 수준 미달이다. 대신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커버를 친다.

여주인공 '타카하타 미츠키'는 히로인급 여배우로서는 사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사람'에 가까운 외모이다. 그런데, 연기가 거의 한국의 김혜자 할머니 뺨치는 수준이다. 20대에 저런 연기가 되다니, 그저 사람 놀라게 만든다. 

'칙 플릭'을 나는 대개 30분 정도 지나는 시점부터 비몽사몽하다가 결국에는 잠이 드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식물도감'은 시큰둥하다가 30분 정도 지나는 시점부터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사건이나, 극적인 장치없이, 감정의 디테일 만으로 작품을 드라이브해 나간다. 원작 소설이 워낙 뛰어난 연애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연출 역량이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상당한 내공이다.

여성 관객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남성 관객에게도 권하고 싶은 '칙 플릭'의 최종 보스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