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새벽에 MLB를 시청하고 저녁에는 KBO 프로야구를 시청한다 (난 시카고 컵스와 한화 이글스 팬이다).

그러다 문득, 다저스의 경기 중간에는 항시 Led Zeppelin의 Kashmir가 짧게 몇 소절 흐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렇다. 특정 선수의 등장 뮤직은 아니다.

@ledzeppelin

그래서 정말 오랜 만에 제플린의 걸작 앨범 'Physical Graffiti'의 CD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바로 CD랙의 제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그 다음, 햇살이 쨍쨍한 오후 홍대 앞으로 가서 중고 LP샵에서 'Physical Graffiti'의 오리지날 더블 LP를 찾아냈다. 리이슈 중량반을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리지널 더블 LP를 집어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기분은 "아는 놈들만 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앞에 두고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올리고 바늘이 표면과 닿는 순간, 'Kashmir'가 마치 고질라의 육중한 진동처럼 멀리서 밀려 오기 시작한다. (영화 '고질라'의 주제가였다.)

8분간의 환각상태가 섬광처럼 지나가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늘을 올려 놓고 다시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했다.

CD는 거의 사장되고 다운로드의 시대 마저 저물어 가고 스트리밍 시대가 본격화 된 요즘, 바이닐 LP 만은 전세계적으로 판매 증가 추세이며 수많은 고전들의 리이슈와 신작 LP 타이틀들의 홍보가 넘쳐 난다.

아이돌 팬들에게는 값비싼 기념품이기 때문에 한정생산반 LP가 예약 매진이고, 중량반들은 고음질이 매력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이유로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불과 25분 가량을 위하여 더스트 커버를 열고 플래터 위에 레코드를 올리고 바늘을 올린 다음 뒤로 느긋하게 앉아 커피와 함께 뮤지컬 환각상태로 빠져드는 것. 굳이 그런 아날로그틱한 수고를 한다는 자체는 음악을 깊이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며, LP의 전세계적인 판매 급증 추세는 하이퍼 디지털 시대에 그런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모두에게 권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도해 보면 이 아날로그 방식의 음악 듣기 세계가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