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ACD] Beethoven Symphony NO.5-Carlos kleiber

지휘 : 카를로스 클라이버 (Carlos kleiber)

연주 :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요즘 기계식 손목시계에 푹 빠졌다.

모르는 세계로 빠져든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친숙한 것이었지만 언제부터 인지 새로 발견하게된  '뚜르비옹' 이라는 장치때문에 푹 빠지게 된것이다.

'뚜르비옹?'은 회오리바람이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서 태엽으로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에 중력과 자전에 힘을 최소화하여 오차를 줄이고자 1분에 한번씩 회전을 하며 관성의 위치를 최소화하는 장치로서 자연의 힘에 도전한 인간의 놀라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멋진 기믹들이 서로 째각 째각 발 맞추어 위로 아래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생각 없이 수십분 또는 몇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이 말도 안될것만 같은 기믹을 보게되었을 때의 충격적인 느낌은 마치 내 운명의 문에 노크를 두드리는 베토벤 5번과 같았다. 

그럼 널리 알려진 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중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구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단번에 많은 음반들의 간판 주자들을 제치고 1974년이라는 다소 오래된 녹음이지만 지금 쿵쾅거리는 내 마음의 비트를 함께 해 줄 이는 '클라이버'가 적격이었다.

팽팽하고 명징한 미적감각이 내재되어 있는 이 음반은 이미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을 슈퍼스타다.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주제부를 필두로 4악장의 탄력있는 휘몰아침이 끝이 날 때까지 가장 이상적이며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클라이버의 조형미는 완벽하다 할 수 있었고, 클라이버라는 꼬리표는 후르트뱅글러와 함께 베토벤의 품질보증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에 언제나 안전한 선택이며 가장 많은 이슈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매우 극적으로 풍부하고 거대한 양감을 등에 업고 휘몰아치는 악상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것은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늘 새로운 신선함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 주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 내 앞에 움직이고 있는 이 기믹들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마치 회전목마 처럼 되돌이 되며 같은 주제부가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신선한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안전한 보증수표가 붙어있는 이 클라이버의 음반으로 추천한다는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