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Great Violinists of The bell Telephone Hour)
VAI / 4:3 / MONO

요즘 도통 몸이 안좋다. 어떤 병마로부터 시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거나 연말을 앞둔 시기에 한 해를 돌이켜 보니 바쁜 일상생활의 타성에 젖어서 무기력해 졌는지도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음반 및 영상물들을 쌓아둔 선반들을 바라보며 이런 나를 도피하려 이리저리 뒤적거리던  중 다소 오래된 타이틀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집안 곳곳에 쌓여있는 정말 오래된 LP나 LD 보다 더더욱 옛스럽게 느껴지며 추억의 사진첩을 넘겨보듯 그때의 신선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프로그램 타이틀! 'Great Violinists of The bell Telephone Hour' 을  찾아내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모든 것을 잊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새 시청하게 된 것은 당연했다.

각종 영상물이 범람하는 시대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단순한 편집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

'Great Violinist' 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본 타이틀에 수록되어 있는 아티스트나 수록곡들을 보면 모든 이들이 수긍할 만한 엄청난 슈퍼스타들이 출연하는 꿈의 매체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본 타이틀을 처음 봤을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전설과도 같은 아티스트들의 영상물들을 보는것만이 아닌 컬러로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밀쉬타인과 쉐링, 하이페츠만 추가되었으면 아마 바이올린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 타이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못내 아쉬움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루지에로 리치, 마이클 라빈이나 에리카 모리니 등의 희귀 영상물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모든것을 극복하고도 남았다.

다소 조악한 컬러화질에 아쉬움이 있겠지만 오히려 칼날같은 화질에 히스토리컬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이질적인 느낌보다는 반갑게 느껴진다.

또한 이 타이틀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리스트에 있는 거장 아티스트들의 단순한 네임 밸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들의 가장 전성기 시절의 자료물을 엄선해 두었다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원반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수록곡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1960년대의 오이스트라흐 부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1950년대 말의 지노 프란체스카티 <찌고네르바이젠>, 1960년 초의 미샤엘만 <아름다운 로즈마린> 등을 생생한 컬러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바이올린연주를 좋아하는 매니아에게는 축복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