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무더웠던 올여름 방학 시즌에는 시원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사실상 대한민국의 극장가를 독점했고, 대항마로 나섰던 '인랑'은 완성도의 허약함으로 인하여 힘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그런 와중에 하루에 두번 정도 퐁당퐁당 상영되었던 판타지 멜로 일본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소리소문없이 입에서 입으로, 아니 SNS의 파도를 타고 전해지면서 일본 멜로물 매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제 VOD로 만날 수 있다.

아야세 하루카와 사카구치 켄타로라는 일본의 남녀 톱스타가 등장한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올드 제네레이션이라면 '로마의 휴일'이나 '시네마 천국'을, 요즘 세대라면 '루비 스팍스'를 연상케하는 로맨스물이다.

스토리를 미리 알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전형적인 멜로물이면서 전체적인 톤도 유치하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글이 아닌 영화 만이 가능한 영상 언어를 통하여 전개해 나가는 감정선의 연결 과정과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흡입력있는 판타지가 결합되면서, VOD로 보면서도 '골초'인 내가 중간에 포즈 버튼을 누르지 않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않았다. 참 크랙커는 두 봉지를 비운 상태로.

일본이던 한국이던 비헐리웃 무비에서 판타지는 마치 LP를 재생 중에 바늘이 한번 튀듯이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를 100년 이상 만들어 왔던 헐리웃의 노하우를 따라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판타지와 뮤지컬이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역시 아주 매끄럽지는 않다. 그런데도 묘하게 거슬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서 빠져 들게 만든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매력도 한몫을 하며,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등으로 멜로를 연마한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의 내공도 큰 역할을 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정말 유치한 판타지 멜로물이다. 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두시간 동안 무지개 너머 그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진제공 = (주)엔케이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