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영어로 표기할 때 Artist라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Artist라고 칭할 만한 가수는 전세계 대중 음악 역사에서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저 Singer라 부르면 충분한 존재들이다.

특히나 여성 그것도 일본 대중 가요사에 아티스트라 칭해도 좋을 인물은 몇이나 될까...나는 딱 한명 나카지마 미유키 뿐이라고 감히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 가요는 TV와 라디오는 물론 어떤 기록 매체로도 불가였던 1970년대 후반의 어느날 주한미군 라디오 방송 (AFKN)에서 핑크 레이디의 'Kiss In The Dark'가 매일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입한 미국판 핑크 레이디의 영어 버전 앨범이 나로서는 일본 가요와의 첫 만남이었고, 이후 A Taste Of Honey가 리메이크하여 영어 버전으로 대히트한 큐 사카모토의 '스키야키'를 원곡으로 들어보고는 "이 동네도 살짝 신경을 써야겠다" 정도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Loudness, 안전지대부터 아무로 나미에 , 엑스 재팬 , 하마사키 아유미 그리고 요즘의 서치모스 까지, 그저 월드 음악의 한 분야로 일본 가요의 흐름 정도를 팔로잉하는 수준이지,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 아니 딱 한번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카지마 미유키이다.

위에 유튜브 동영상을 올려 놓은 '지상의 별 (地上の星)'은 50대에 접어든 미유키가 NHK 다큐 프로그램 주제가로 불러 오리콘 넘버 원을 기록했던 곡인데, 20대부터 50대까지 40년 간에 걸쳐 자국의 대중음악 차트 넘버 원을 기록했던 여가수는 미국의 Cher와 함께 이 세상에 둘 뿐이다. (마돈나나 에디트 피아프 혹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이 경지에는 못갔다. 이 기록은 아마도 향후 샤키라가 남미 전역에서 50년간으로 깨버릴 공산이 매우 크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나카지마는 내가 그녀를 일본의 아티스트라 부르는 이유가 아니다. 그녀의 참 매력은 작곡가 및 퍼포머로서의 궤적에 담겨 있다.

도쿄의 분카무라 극장 코쿤에서 야카이 (夜会)라는 타이틀로 시작되었던 나카지마 미유키의 연말 12월 공연은 "콘서트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니다"라는 설명처럼, 특이하고 실험적인 무대 연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 전체적으로는 리브레토와 아리아에 연극이 어우러지는 프랑스식 오페라 코미크 (Opéra comique)에 가깝다.- 결국 90년대까지 10년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그 영상은 DVD로 감상할 수가 있고 일본 케이블  방송에서는 오는 6월에 10회 전회를 특집으로 방영한다고 한다. 

나카지마 미유키의 히트곡들이 쥬크박스에서 흘러 나오면서 시작되는 '야카이'는 나카지마 본인이 직접 쓴 대본에 따라 실험극이 진행되면서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 지는데, 스토리 전개는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가 힘든 4차원의 세계를 선사한다. 하지만 마치 'Rocky Horror Picture Show'가 바로 그래서 70년대부터 전세계 컬트 연극 및 무비의 전설이 된 것 처럼, 나카지마가 그려내는 자기만의 세계는 일단 보면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마치 영국의 Kate Bush 혹은 황병기와 홍신자가 그려냈던 '미궁'의 세계와도 일맥상통하는 '절망감과 상실감'의 독특한 표현 때문인데, 일본 내보다도 밖에서 나처럼 나카지마 미유키를 높이 평가하는 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며, 그녀의 왕팬임을 밝힌 Stevie Wonder는 나카지마의 레코딩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하기도 했다. Stevie Nicks를 연상시키는 아우라와 미모는 덤.

수많은 가수들에게 히트곡을 선사해 왔던 작곡가로도 유명한 나카지마는 60대에 접어 들면서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에게 곡을 선사하여 오리콘 넘버 원에 올리기도 하였는데, 그간 창작자로서 저작권료 수입이 일본에서 역대 톱3에 들며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다. (폴 매카트니나 엘튼 존이 부럽지 않은 수준)

내 리뷰 때문에 처음 나카지마 미유키를 알게 된 독자라면, 유튜브만 뒤져도 그녀의 곡을 다 맛볼 수가 있다. 그리고 좀 더 알고 싶으면, '야카이 (夜会)' DVD를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하면 된다. 뭐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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