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TV에서 불과 2주전에 시작한 수요 드라마 '우리들은 미쳤다 (私たちはどうかしている)'가 국내에서도 채널 J를 통해서 제1화를 선보였다. 거의 한일 동시 방영인 셈.

요코하마 류세이와 하마베 미나미라는 당대의 청춘 톱 스타들이 출연하고, 메가 히트를 기록한 원작 만화의 힘이 가세하면서 시작 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1화를 감상하면서 받은 첫 느낌은 '조금 뻔하다'로 시작되었다. 한국과 일본 특유 뽕끼로 충만한 멜로디의 BGM과 다소 촌스러운 세트, 눈에 너무 힘이 들어간 주인공들의 표정 연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군'이라고 나혼자 투덜대면서 10분 정도 전개되었을 때 담배를 한대 피우러 자리를 비울 정도로 흥미도가 급락하였다.

그런데 오잉! 담배 한대를 피우고 다시 소파에 앉을 무렵부터 전광석화의 속도로 드라마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요코하마의 황당한 청혼과 적진의 불 속으로 뛰어드는 하마베의 똘기 광란!

"아! 이 만화를 애들이 좋아한 이유가 있었군!"

일본 유명 화과자 숍이나 특급 호텔 카페에서 판매하는 화과자는 솔직히 너무 비싸지만 (보통 티까지 세트로 3천엔이 기본이다. 간식 혹은 후식으로 1인당 3만원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눈과 입의 향연을 위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화과자이기도 하다. 얼핏 별 쓸데없는 일에 예술혼을 빙자하여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본 문화의 특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로 그 지나친 과대망상적 예술혼 덕분에 일본의 음식 문화는 세계적으로 최고급 반열에 오르고 현대 프렌치 요리의 기틀을 제공했다.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여하튼 '우리들은 미쳤다'는 일단 계속 시청해도 좋은 드라마로 인정. 평소 취미이자 일로서 수십년간 세계 각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거의 쉴 새없이 매일 감상 혹은 플레이하는 나같은 사람한테 "계속 시청 OK" 등급을 받았으면, 그건 재밌거나 건질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과대망상 작렬!)

PS: 그나저나 하마베 미나미를 보면, 아직 일반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하지원의 신인 시절이 떠오른다. 이쁘긴 한데, 별로 무색무취 특징이 없어서 스타가 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또 그런 예측 불가 변수가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의 매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