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도시는 무차별적인 습격을 받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살인 그리고 내 집 안방까지 쳐들어온 성폭력. 가해자는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으며 피해자는 내 아내, 내 딸... 바로 내 가족이었다. 강력 범죄는 점점 증가하는 반면, 도시는 여전히 무방비상태다.

15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부 ‘괴물의 탄생’에 이어 무방비 상태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성범죄 ‘괴물’들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모색하고자한다.

# 괴물의 등장

태풍이 몰아치던 새벽, 전라도 나주에서 8살 초등학생이 집안에서 납치되어 성폭행 당한 뒤 강가에 버려졌다. 고종석. 그는 아이를 성폭행한 후 목을 졸라 살해하려고까지 했다. 인면수심의 범죄 앞에 대한민국은 들끓고 있다. 이참에 극악무도한 ‘괴물’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분노가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짧게는 수 년, 길어도 십 수 년 후면 다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난 달,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한 전과 11범의 서진환도 그렇게 돌아온 ‘괴물’이었다.

▲ 사진 : SBS
# 성범죄 판결문 전격 분석

지난 8월 20일 아침, 4살, 5살 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괴물과 마주했다. 아내가 한사코 성폭행에 저항하자 남자는 무참히 주먹을 휘둘렀다. 두개골이 깨지고 눈 주위가 함몰된 채 달아나는 아내에게 남자는 칼을 휘둘렀다.

아내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남자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게다가 사건 2주 전에도 인근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찬 채 거리를 활보하는 괴물을 막을 장치는 없었던 것일까.

놀라운 것은 그가 이미 세 차례나 성범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마다 그는 적게는 2년, 길게는 7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당시 판결문을 입수,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누가 내 아내를 죽였는가

1. 1990년 칼로 위협 1명 강간, 1명 강간 미수. - 징역 2년 선고
2. 1997년 칼로 위협 1명 강간 치상. - 징역 5년 선고
3. 2004년 칼로 위협 후 폭행 1명 강간 및 강도 상해. - 징역 7년 선고

우선 눈에 띄는 건 터무니없이 적은 형량이다. 서氏는 매번 칼로 위협해 피해자를 제압한 후 성폭행했다. 2004년부터는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피해자를 결박한 후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범죄가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형량은 2년에서 7년에 불과했다. 왜일까.

판결문마다 등장하는 문구가 있었다.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으므로 형을 감경한다.’

이번에도 서 씨는 ‘사죄드린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몇 번의 재판 경험을 통해 그는 이미 ‘사죄의 힘’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판결문을 분석하던 중 제작진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7년형을 선고했던 지난 2004년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서 씨의 범죄는 법 규정에 따르면 최소 20년, 진실로 깊이 뉘우치고 있어(?) 재판부가 작량 감경을 해주더라도, 10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는데, 웬일인지 7년에 그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만약 그때 더도 아니고 최소형인 10년만 선고됐다면 괴물은 여전히 교도소에 갇혀있을 것이고(2014년까지 복역)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허술한 법 적용에 고인의 남편은 피눈물을 흘렸다. 제작진은 당시 재판에 관여했던 검사와 판사를 찾아 나섰다.

# 괴물의 귀환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물론 그들이 죄에 합당한 벌을 받고 교화되어 ‘괴물’이 아닌 건강한 이웃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럴만한 교정 프로그램이 있는가. 없다면, 혹은 그들이 교화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괴물의 귀환을 무방비로 맞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