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 ‘뿌리깊은 나무’(김영현, 박상연 극본, 장태유, 신경수 연출, 싸이더스 제작)에서 세종의 글자방과 ‘군나미욕’의 비밀이 드디어 공개되면서 폭풍전개를 알렸다.

지난 11월 2일 방송된 ‘뿌리 깊은 나무’ 9회에서 집현전 학사 성삼문(현우)은 끈질긴 노력 끝에 ‘君那彌欲(군나미욕)’이 한글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덕분에 드라마는 시청률 17.4%(AGB닐슨, 서울수도권 18.9%)을 기록하며 수목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방송분에서 성상문(현우 분)은 허담 학사가 의문사를 당한 뒤 남기고 간 이 ‘군나미욕’의 의미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뛰어난 운학 실력을 발휘, 세종이 은밀하게 진행하는 일이 글자 만드는 일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세종(한석규 분)은 성삼문과 박팽년(김기범 분)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아지트인 글자방을 처음 공개하고, 우리 소리를 딴 우리 글자를 만들고 있음을 명백히 밝혔다.

또한 글자방에 있는 서랍장이 비단 천을 벗기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서랍장 안에는 세종이 한글 창제 과정에서 만든 우리 글자의 자음과 모음, 그 대표음들이 적혀 있었던 것.

이안에는 ㄱ을 대표음으로 하는 서랍에는 강, 개, 고드름의 그림이 들어 있는 등.. 각 칸마다 각 글자의 대표음으로 시작하는 그림들이 들어있었던 것. 이것은 세종의 천재성과 치밀함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죽은 학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군나미욕’이란 단서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제자해 :훈민정음 해례편의 첫 째 장. 훈민정음 해례에서 훈민정음의 제작을 풀이한 부분.

1940년 9월, <훈민정음> 원본이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고전 기원설, 범자기원설, 범자와 몽골자 기원설, 고대 문자 기원설, 팔리 문자(Pali 文字) 기원설, 거란문자·여진문자기원설, 창문 상형 기원설 등 훈민정음이 어느 문자의 계통을 이어받아 창제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기원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하지만 1940년 <훈민정음>이 발견되면서 그 의문은 풀렸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에는 “정음 28자(초성 17자, 중성 11자)는 모두 그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라는 말을 통해, 훈민정음이 상형의 원리로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어금니 소리(아음) ㄱ 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혓소리(설음)인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뜨고, 입술소리(순음)인 ㅁ은 입의 모양을 본뜨고, 잇소리(치음)인 ㅅ 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목구멍 소리(후음)인 o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라고 하여 각각 그 소리가 나는 발음기관을 상형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 따르면

*ㄱ은 아음(牙音)이니 군(君)자의 첫 발성(發聲:첫 소리 자음)과 같고,
ㄴ은 설음(舌音)이니 나(那)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ㅁ은 순음(脣音)이니 미(彌)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ㅇ은 후음(喉音)이니 욕(欲)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ㅅ은 치음(齒音)이니 술(戌)자의 첫 발성과 같다.

위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학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군나미욕’ 은 <훈민정음 해례본>제자해에 근거한, 한글의 자음을 대표하는 아,설,순,치,후음의 대표 자음이었던 것이다.

사실 극중 비단띠에 적힌 글자는 ‘군나미욕술’ 이었지만 윤필학사가 증거를 숨기기 위해 화톳불에 던지면서 ‘술’ 부분은 타고 ‘군나미욕’만 남았던 것이다.

*참고: 군(君)자는 아음인 ㄱ 의 대표음 / 나(那)자는 설음인 ㄴ 의 대표음/
미(彌)자는 순음인 ㅁ 의 대표음 / 욕(欲)자는 후음인 ㅇ 의 대표음/
술(戌)자는 치음인 ㅅ 의 대표음

이처럼 매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로 재미를 더해가는 ‘뿌리 깊은 나무’에 대해 제작진은 “한글 창제와 관련해서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더불어 밀본의 실체에 대한 내용도 찾아내는 등 본격적인 폭풍전개를 기대하셔도 좋다”며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