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정전협정과 함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올해 70주년을 맞이했다.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 협력에서 시작한 한미동맹은 오늘날 핵심 가치를 토대로 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태동하여 변화해 왔는가? 미·중 갈등 등 급변하는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입지를 설정해야 할까?

25일 방송되는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박원곤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를 초대해 한미동맹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다. 

박원곤 교수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들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처음 체결된 부산, 지난 44년간 연합방위체제의 핵심인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있던 용산, 동북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이 한미동맹을 상징한다는 것. 

박 교수는 한미동맹 태동의 역사를 설명하며 본격적인 강연에 돌입했다. 1950년 미국이 공산화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한 애치슨 라인에서 한반도는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25일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은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한국에 군사를 지원했다.

이후, 정전협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군 철수를 요구했고, 한국은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안보 보장 없이는 북한이 다시금 남침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미국에 상호방위조약체결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조약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남한에 수용 중인 반공포로를 석방하는 압박 전술로 대응했다.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미국은 한국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 응하게 되었고, 동맹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70년 동맹의 역사 동안 한미동맹의 위기는 없었을까? 1960년대 후반 북한의 군사적 공세가 극심했던 시기에 양국 간의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북한의 무장 요원들이 청와대 기습을 위해 서울에 침투한 1968년 1.21 사건 당시 한국은 미국에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전쟁으로 확대되는 사태를 원치 않았던 미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곧이어 북한의 초계정이 미국의 푸에블로호를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주한미군에 비상 동원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동맹을 믿지 못하겠다고 판단했고, 이후 율곡사업을 시작하는 등 자주국방 노선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70년대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 진영 간의 긴장 완화 즉, 데탕트를 계기로 한국은 안보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에 비해 부족한 한국 군사력에 대한 보완 조치를 강구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었고, 한미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연합해 맞서는 동반자 관계가 되었다. 

그렇다면 국제질서의 재편 속 한미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1990년 북한이 핵 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한미동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미동맹의 최대 목표가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이 되었고, 2000년대 들어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등 ‘가치’를 중심으로 한 가치동맹으로 발전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은 미·중 갈등에서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박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실현해 왔던 기존의 방식을 추구하기 힘들어진 오늘날, 미·중 갈등 선택의 상황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서 한국은 주변국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보편적 규범에 기초하는 입장을 취하고, 이러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우리가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는 책임과 비용을 감당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욱 발전하는 동맹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와 함께하는 한미동맹의 역사와 미래! <이슈픽 쌤과 함께> ‘한미동맹 70년, 한미관계의 미래는?’ 편은 6월 25일(일) 오후 7시 10분 KBS 1TV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