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올해 한반도 최대인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해 인근에서 최근 한 달간 발생한 지진이 60회를 넘어선 지 오래다. 비슷한 지점에서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더 큰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오는 6월 11일 방송되는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를 초대해 지진에 대한 분석부터 한반도 지진 시나리오까지 살펴본다.

지진연구의 권위자 홍 교수는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은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라며 강의의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가 지진 없는 나라로 여겨진 것은 지진 관측의 역사가 짧기 탓에 생긴 오해라는 것. 1978년부터 시작된 지진계 관측 데이터만으로 수천 년의 주기를 갖는 지진을 분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향후 지진 위험도 추정을 도울 수 있는 유구한 기록문화 유산이 있다. <삼국사기>에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1,900회 정도의 지진 기록이 남아 있다. 홍 교수는 다양한 기록과 역사를 미루어 볼 때,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11년까지 한반도에 규모 5를 넘는 중대형 지진은 33년간 5차례 발생한 반면, 2011년부터 불과 6년 동안 5차례 발생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단발성으로 나타나던 지진이 2011년 이후 단기간 군집을 이루며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동해 인근 해역에 다발적으로 발생한 지진이 그 예이다. 2011년, 한반도 지각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홍 교수는 2011년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의 응력(應力) 환경을 뒤바꿨다고 강조했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 지각이 동쪽으로 5cm, 서쪽으로 2cm 끌려가 약 3cm가 늘어났고, 이 때문에 지각의 견고도가 낮아지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 또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가 한반도 지각에 쌓여 지진이 비교적 쉽게 나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홍 교수는 주장했다.

한반도에 지진이 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홍 교수는 서울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연구한 ‘서울 지진 시나리오’ 데이터를 공개했다. 서울에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로 인해 도로·다리 파괴, 차량이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교통이 마비된다. 또한 건물이 뒤틀리면서 압사 사고, 가스 배관 폭발로 인한 화재 확산으로 질식사고 위험에 시민들이 노출된다. 수만 명의 이재민과 사상자로 의료 시설이 붕괴되고 항만과 공항도 폐쇄될 것이고, 전력·수도·통신의 사용이 불가해진다. 홍 교수는 지진이 복합재난으로서 도시를 완전히 암흑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자연재해 지진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홍 교수는 먼저 내진 설계를 확대하고, 지진계를 많이 설치해서 지진 조기 경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진 발생 시 머리를 보호하는 것까지는 다 알고 있지만, 이후 지진이 안정되는 즉시 낙하물이 없는 공터나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여진에 대한 위험성도 알렸다. 홍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진 발생을 사전에 막아보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인간은 자연재해를 이기지 못한다”며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홍 교수가 밝히는 한반도 지진이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이슈픽 쌤과 함께> ‘흔들리는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인가’는 6월 11일(일) 오후 7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