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한 인터뷰에 미국이 발끈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의 친구 마크롱은 그(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라고 말했을 정도. 오는 5월 21일 방송되는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국제정치학자 안병억 교수를 초대해 중국-유럽-미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분석해 본다.

안 교수는 각국 수반들이 최근 빈번하게 중국을 찾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통상 양회가 끝난 후 4~5월은 중국 지도부가 외국을 방문하는 시기인데, 시진핑 3기부터 이런 관행이 사라지고 고위인사들이 되려 중국 안방으로 모여든다는 것. 그중에서도 안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을 주목했다. 시진핑과 마크롱은 베이징에서 공식 회담을 가진 후 광저우에서 비공식 2차 회동을 가지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또한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로부터 중국이 26조 원 상당의 여객기 160대를 구매하고, 프랑스 조선사는 중국으로부터 4조 원가량의 컨테이너선 16척을 발주하는 등 서로 실리를 챙겼다. 마크롱은 중국의 환대에 화답하듯 "유럽이 대만 위기에 휘말리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돼"라는 선 넘는 말 폭탄을 언론에 뿌렸다. 이를 두고 국제 외교가에서는 '외교 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마크롱은 대체 왜 그런 발언을 한 것일까? 마크롱 발언의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첫 번째는 마크롱 개인의 성향이다. 마크롱은 나폴레옹 이후 최연소 리더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연금 개혁 강행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등 내부 문제를 겪고 있다. 위기 상황을 경제 협력과 같은 외교 성과로 돌파하려는 속내가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걸으며 필요에 따라 미국에 종종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던 나라이다. 프랑스는 항상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경계해왔다는 것. 때문에 안 교수는 마크롱의 발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교수는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전했다. 시진핑 3기 출범 후 처음으로 시진핑을 찾은 것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올라프 총리 역시 폴크스바겐, 지멘스, BASF 등 독일 대기업 CEO를 포함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에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두둑이 챙겨갔다. 독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은 2022년까지 7년간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주력하는 '녹색 전환'에 청정에너지 분야 제조 역량 최고인 중국의 협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국의 이러한 태도에 탈중국 연대를 외치는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유럽도 할 말은 있는 상황. IRA 법으로 프랑스는 약 80억 유로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등 미국의 동맹인 유럽이 손해를 보고 있는 반면, 작년 미·중 교역액은 약 6,9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탈중국을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긴밀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이에 유럽은 유럽판 IRA로 맞불을 놓으면서 대서양 동맹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 교수는 미국-유럽-중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 생기는 균열이 곧 중국의 ‘갈라치기’ 전략의 목표라고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의 굳건한 대서양 동맹을 미세하게나마 와해하면 만족하는 전략이라는 것. 이에 개그우먼 이수지는 “한마디로 말하면 이간질 전략”이라며 명쾌한 해석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 교수는 끝으로 미국-유럽-중국의 삼각 구도 속에서 한반도는 한 곳에 점을 찍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중국의 갈라치기 전략은 어떤 성과를 가져올까? <이슈픽 쌤과 함께> ‘미국의 친구들은 왜 중국으로 가나?’는 5월 21일(일) 오후 7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