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즈 켄시의 주제가 '바다의 유령 (海の幽霊)' 때문이라도 손꼽아 기다리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해수의 아이 (海獣の子供)'를 보고 난 첫 느낌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영상"이었다.

너무 압도적이고 아름다워서 나의 어설픈 표현력으로는 감당이 되지를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 가기가 꺼려지는 지금, 기자들을 위한 시사용 링크를 받아 집에서 TV로 관람하였는데도 이 정도이니, 아마 극장 스크린으로 만나게 되면, 심장이 터질 것으로 짐작이 된다. (30일 메가박스 개봉인데 고민된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만큼, '해수의 아이'의 작화는 움직이는 아트 화보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렇다면 영상 작품이기에 그보다 더 중요한 스토리 텔링과 연출 그리고 전달력은?

일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으로 대변되는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패스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마디로 상업적인 면에서는 크게 어필하기 어려운 아트 애니메이션이다. '메모리즈'와 '철근 콘크리트'를 만들었던 STUDIO4℃의 작품이다. '메모리즈' 개봉 당시 도쿄의 극장에서 관람했던 기억이 나는데, (세월이 차암~), '해수의 아이'에서도 그 때와 유사한 감동과 느낌이 전달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아트 애니메이션이 맞다.

작품 홍보 문구에도 온통 각종 영화제 출품이 나열되어 있으니, '너의 이름은'을 기대한다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설사 재미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꼭 보라고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심오한 테마의 전달력도 산만하고, 제작진이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라도 만들 듯이 대작 아트를 만든다는 선민적 과잉 의식도 지나친 면이 있고, 솔직히 그림보는 재미 외에는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 (주관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그 그림보는 재미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재미가 없고 연출이 산만한데도, 뇌리에 오래 남는 좋은 작품들이 있다. '해수의 아이'가 바로 그런 경우이며, 아울러 히사이지 조의 음악은, 테마의 경지를 뛰어 넘는다. 그래서 더 화가 나기도 한다. 5감을 만족시키는 미슐랭 3 스타급 요리에 쓰일 재료들을 모아서, 5감 중에 2감만을 만족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2감이...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