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花まんま)

슈카와 미나토 (朱川 湊人)

누구나 어릴적 추억 속에 잠시 머물게 된다면 한번 쯤은 동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또는 누군가에게 들어봤던 이야기 한두개 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여느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그것만의 자연스러운 날개를 달고있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이가 없어도 각자의 상상속에서 마음껏 되풀이되며 새로운 이야기로 바뀌어가기도 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오래된 이야기들을 엿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아련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 이런 추억들을 되살려 줄 장치들은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연하게 어떤 계기로 마주하게된 이 호기심 가득한 제목의 책을 집어들게 된것도 하나의 추억이라면 추억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이 되겠다.

꽃밥, 이 강렬한 제목의 서적은 6개의 단편을 담고있다.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또 그것에 대해서 화자가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쭉 읽어내려가다 보면 '옛날 옛날 한 옛날에...'라는 클리셰가 아닌, '내가 어릴 적에 들었는데..'를 되풀이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첫번째 단편이자 타이틀의 간판인 '꽃밥'을 보면 환생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있다. 어찌보면 진부한 소재로 흘러가거나 독자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황극으로 치닫을 법도한데 이 이야기는 그러하지 않다. 굉장이 담백하고 잔잔하며 환생과 현실속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소꿉놀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꽃밥'이라는 매개체로 전생의 소녀와 이어진 할아버지와의 인연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전생의 가족과 현실의 가족과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요정 생물을 얻은 한 소녀의 슬픈 이야기, 삼촌이 죽기전에 만났던 세명의 여인 이야기로 풀어가는 유쾌한 이야기 등의 기묘한 소재로 이야기들을 자극없이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어 각각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아련한 이야기가 생각날 때 꺼내어 봄직 하지 않을까?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