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할아버지 별세 소식에 영화 ‘워낭소리’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워낭소리’는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 노인과 30년을 함께 한 소 한 마리가 주인공이다.

이충렬 감독이 제작한 ‘워낭소리’는 워낭소리 할아버지 최 노인이 누렁이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293만4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이지만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살이다.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 노인의 반려자로 기적처럼 생존하고 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워낭소리 할아버지, 최원균 옹은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를 귀신같이 듣는다.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도 치지 않는다. 제대로 서기도 힘든 늙은 소는 워낭소리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궂은일도 묵묵히 해낸다.

▲ 영화 '워낭소리'
가죽과 뼈만 남은 늙은 소를 부려 밭과 논을 일구고 나무와 꼴을 져 나르는 워낭소리 할아버지 최원균 옹. 부인 이삼순(77) 씨의 말대로 얼핏 “말 못할 짐승이라도 못할 짓”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덜거리면서 점심밥을 가져오는 이 씨를 돌아보는 소의 눈빛은 반가운 가족을 반기는 그것이다.

똑같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힘으로 오랜 세월 서로 기대 살아온 황소와 워낭소리 할아버지에게 작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수명이 다 됐다”는 수의사에게 욕지기를 하며 외면하는 할아버지의 흰자 많은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사료를 사다 먹이지 않고 새벽마다 일어나 직접 쇠죽을 끓이는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가느다란 팔. 소가 먹고 죽으면 어쩌느냐며 평생 농약을 쓰지 않은 남편을 원망하는 아내의 넋두리. 워낭소리가 울릴 때마다 소에게 다가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뒷모습. 황소를 오래 살게 한 까닭이 하나둘씩 자연스레 밝혀진다.

어느 겨울날 밤 한번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소의 코뚜레와 워낭을 빼주며 노부부는 “우리 가거든 같이 가면 될 텐데 왜 먼저 가느냐”고 원망을 던진다. 소가 모로 누워 묻힌 무덤에 막걸리를 뿌려주고 앉은 워낭소리 할아버지. “불 떼고 살라고 저렇게 많이 져 나르고 죽었다”는 이 씨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담기는 높은 나무더미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한편 워낭소리 할아버지 최원균 옹은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1년여 간 투병 생활을 해오다 지난 1일 오후 4시10분쯤 경북 봉화군 상운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워낭소리 할아버지 별세 소식에 네티즌들은 “워낭소리 할아버지,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세요” “워낭소리 할아버지, 누렁이와 함께 동고동락하던 영화 보고 뭉클했는데 안타깝네요” “워낭소리 할아버지 별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며 고인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