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2013년 전력난의 진실을 파헤친다.

올여름 전력수급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미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를 6월에만 수차례 발령했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악의 전력난을 예상하며 공공기관과 산업계에 절전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011년 9.15 정전대란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이 재현될까 두렵기만 하다.

전력난에도 끄떡없는 산업체

전문가들은 전력수요급증의 원인으로 유난히 낮은 전기세를 지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도입되었지만 과도한 적용 기준 탓에 전기요금폭탄을 맞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산업용 전력사용량은 53%로 가정용 전력사용량 14%에 비해 한참 높은 수준이지만 요금을 따져보면 2011년 산업용 요금은 81원, 가정용 요금이 119원으로 산업용 요금이 낮다. 심지어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력생산원가보다 낮아 산업 현장에서는 대형 설비 대부분을 전기로 가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기를 물 쓰듯 사용하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에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업체는 수요관리자금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렇게 지원 받은 보조금 누적액은 2012년에 4천억 원. 유독 산업부문에 관대한 전력요금 체계에 과연 문제는 없는지 이 진단했다.

“사실은 전력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부분이 산업부문입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워낙 낮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 석유화학이나 철강은 오히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설비를 굉장히 많이 증가시켰습니다”(에너지 경제연구원 박광수 전력정책실장)

▲ 'PD수첩' 예고화면 캡처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민간발전소는 웃는다?

지난 10년 간 전력 사용량이 폭증한 가운데 한전의 적자는 매해 늘어 부채가 55조에 달한다. 하지만 민간 발전소의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늘어 그 규모가 20배 넘게 성장했다. 작년 한 해 당기순이익만 6000억 원에 달하는 민간발전기업도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 자회사와 매해 고수익을 달성하는 민간 발전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민간발전소에게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고 설명한다. 전력거래 전날 입찰에 참여한 모든 발전소에 지급되는 용량정산금(CP). 이 지원금은 발전소의 시설 투자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미발전시에도 지급된다. 그런데 고장정지 등으로 실제 발전 능력이 없는 발전기까지 용량정산금을 받아간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응하지 못해 삭감된 용량정산금액은 2009년 53억에서 2011년 80억 이상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 국민 세금을 눈 뜨고 도둑맞는 현 제도의 허점을 취재했다.

“상식적으로 국민들에게 한 번 물어보십시오. 발전을 하지도 않았는데 대기해줘서 고맙다, 발전소 짓는데 돈 많이 들었으니 보상해주겠다고 1년에 수 천 억씩 주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박완주 민주당 국회의원)

전력산업 규제 완화, 고삐 풀린 캘리포니아 전력시장

2000년 6월 첫 정전 이래 서너 차례 정전이 반복 됐던 미국 캘리포니아. 발생 범위도 북부에서 남부까지 전방위적이었다. 결국 2001년 대규모 정전사태로 캘리포니아는 1시간 동안 암흑 속에 잠겼고, 이후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렸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걸까?

“전력은 차고 넘쳤고, 결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엔론과 같은 회사가 전력시장을 조작하고 인위적으로 발전기 가동을 멈춘 것입니다. 전력부족사태를 위장해 전력가격을 치솟게 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챙기려는 음모였습니다.”(공공재사업자개혁연대(TURN) 대표 마크 토니)

엘론과 같은 전력 중계회사들의 조작으로 전력도매가는 급등했고, 결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장기 채권을 발행해 에너지업자들과 430억불 상당의 10년 장기계약을 맺어야만 했다. 그 채권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현재까지도 매달 시민들의 전기 요금에서 지불되고 있다. 전력산업 규제 완화 이후 벌어진 캘리포니아의 전력난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