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피크닉’ 우리들은 우리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28일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 ‘피크닉’을 방영한다.

2015년 제작된 영화 ‘피크닉’은 송혜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준휘, 김가영, 황상경, 박지연 등이 출연했다.

영화 ‘피크닉’ 줄거리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피크닉을 나온 부부는 캠핑장에서 우연히 다른 부부를 만나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좋았던 분위기는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엔 각자의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과연 그들의 즐거운 시간을 망친 건 거기서 만난 다른 부부 때문일까.

영화 ‘피크닉’ 연출의도 : 우리들은 우리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 KBS
■ ‘피크닉’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Q. ‘피크닉’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이하 송혜림 감독) 이전에 연출했던 ‘거짓말’(2013) ‘우리는 사랑일까’(2008)에 대해 ‘디테일한 묘사는 좋지만 이야기가 심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좀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아무래도 자극적인 소재에 눈길이 갔고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소재의 무게감에 비해 저의 관심도나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여 결국 하나의 설정으로만 삼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방향을 옮겨갔습니다. 간단한 상황과 캐릭터를 먼저 구상한 후 서로 부딪쳐보며 이야기를 구체화해 나아갔습니다.

Q. 어쩌면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느낄 정도로 친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 특정인물을 모델로 삼거나 구체적인 경험을 차용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주변에서 쉽게 볼법한 인물들인 만큼 제가 살면서 봐왔던 많은 사람들의 면면이 자연스럽게 반영이 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제 모습도 포함해서요.

Q.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위치나, 성격, 각자의 관계가 캐릭터마다 다른데, 어떻게 설정했나요?

A. 공통적으로 조금씩 결함이 있지만 과장이 심하지 않아 네 인물 누구에게나 일정부분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가난한 부부를 먼저 구상하고 그 대조군으로 아이 있는 부부를 만들었는데, 특히 가난한 부부의 경우는 관습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성매매(가 의심되는) 여성과 그에 빌붙어 사는 남성이란 선입견이 주는 뻔하고 부정적인 인상 대신 의외의 보편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반면 아이 있는 부부는 좀 더 평범한 외관을 갖췄지만 상대 부부에 비해 차갑고 위선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죠. 성격이든 조건이든 서로 가지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교차되는 구성입니다.

Q. ‘피크닉’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장준휘, 김가영, 황상경, 박지연 배우는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통해 얼굴을 익힌 배우들이기도 한데,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장재혁, 장재우 아역배우들의 경우 형제라고 들었는데, 따로 오디션 과정이 있었는지요?

A. 캐스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네 배우의 앙상블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이미지보단 연기 궁합과 실제 배우들끼리의 친분을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장준휘, 황상경, 박지연 배우는 ‘왕십리액터스’라는 연기집단에서 함께 활동 중이며, 김가영 배우는 박지연 배우와 ‘카트’라는 작품에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어 서로 편하고 익숙했어요. 저는 왕십리액터스 배우들과 대학 동문이고 특히 박지연, 황상경 배우와는 전작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그런 인연으로 캐스팅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실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매우 짧아서 따로 오디션을 보지 못했는데, 아역의 경우도 에이전시를 통해 실제 형제인 배우들을 추천받아 캐스팅하였습니다. 스스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아역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실제 형제를 함께 출연시키면 아이들도 어색함을 조금 덜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Q. ‘피크닉’이라는 제목답게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날씨가 좋아야 가능했던 촬영일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3회 차를 계획하고 갔지만 실제는 1.5회 차만 촬영했습니다. 연이어 이틀 동안 비가 내려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는데, 마지막 날은 다행히 촬영이 끝난 후 비가 내려 진심으로 하늘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컨트롤 하는 것도 조금 어려웠습니다. 캠핑객이 없을 땐 너무 비어보이고 있을 땐 장면 연결이 안 맞았죠. 예리한 관객이면 비논리적으로 변하는 배경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이 부족해 원하는 컷을 충분히 찍지 못한 점과 공간연출을 더 완벽하게 못한 점이 아쉽지만 당시엔 상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내용을 다 찍은 것만 해도 너무나 만족했었습니다.

Q. 부부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A. 두 장면이 생각납니다. 첫째로 아빠가 둘째 아이를 실수로 낳아서 덜 예쁘다고 말하며 공을 뻥 차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조금 심심하다 싶었는데 배우가 직접 연기를 하니 의외로 너무 웃겨서 혼자 웃음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둘째로 클라이막스인 부부의 싸움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머릿속에 그리던 것과 실제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그 장면만큼은 조금 달랐습니다.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며 새로 장면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더 긴장감이 잘 살았고 새삼 현장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녀가 싸우는 걸 보고 주변 캠핑객들이 무슨 촬영을 하냐고 묻기에 저희 스태프가 ‘사랑과 전쟁’이라 답했다고 합니다. 진짜 KBS에서 방영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Q. 두 부부의 대화에서 은근한 갈등과 미묘한 심리전이 있습니다.

A. 촬영 전 배우들과 충분히 생각을 나누어 현장에서 이견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자 했고, 촬영기간 동안 배우들과 함께 실제로 캠핑을 한 것도 현장감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대사를 하는 사람보다 말없이 듣고 있는 사람의 반응이 중요할 때가 많았고, 정보만큼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본인의 대사와 지문이 없는 순간에도 쉬지 않고 연기하기를 당부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배우들이라 연출을 안 해도 알아서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Q. 감독님이 평소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영화 이외의 관심 있는 예술분야가 있다면?

A. 최근에 제이 로치 감독의 ‘트럼보’라는 작품을 보았는데 상당히 재미있기도 했지만 저의 취향보다는 다른 이유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냉전시대에 사상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의 실화를 다룬 내용인데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도 창작을 게을리 하지 않더라고요. 너무나 안일하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현재의 제 모습과 비교되어 반성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평소엔 장르에 상관없이 유머가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가 좋습니다. 소재보다는 표현에서요. 다른 예술분야에도 고루 관심이 있는데 그 중 문학과 음악에서 느끼는 자극이 가장 큽니다.

Q.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집니다. 감독님의 근황에 대해 전해주세요.

A.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만 앞서 밝힌 대로 그동안 좀 게을렀어요. 심기일전하여 ‘트럼보’씨처럼 열정을 불태우고 싶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도 어쩌다 보니 가족이야기네요. ‘피크닉’은 편집하면서 이미 수십 번 보았지만 연출자로선 늘 부족한 점들이 더 잘 보이고 늘 조금씩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시청자분들껜 영화의 좋은 부분들이 더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에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BS 1TV ‘독립영화관’ 영화 ‘피크닉’은 28일 밤 12시 1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