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류준열의 눈물 엔딩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박홍수, 극본 김지혜,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9회에서는 부정(전도연 분)의 비밀에 다가선 강재(류준열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부정이 정우(나현우 분)의 연인 희선(이가경 분)과 그의 아들 민수(장재하 분)와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부정의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과 아픔을 남긴 것은 바로 ‘유산’이었다. 힘겨운 마음으로 병원 검사를 받고 나온 부정은 “아이는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라는 메시지에 더욱 복잡하고 괴로웠다. 이 역시 정우를 대신해 강재가 보낸 것이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몰랐어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답장에 이어, 정우의 유품 곳곳에서 부정의 흔적을 발견한 강재는 혼란스러웠다. 그들 모자(母子)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부터 아이에게 매달 5만 원씩 보내온 부정의 입금 내역까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깊은 관계였음을 깨달았다.

한편 정수(박병은 분)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예고도 없이 출판사로 찾아왔다. 회의가 있어서 늦는다는 답장과 ‘미안’이라고 짧게 덧붙인 한 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려서였다. 정수는 비로소 부정의 퇴사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뒤늦게 회사로 달려온 부정에게 차마 아는 체할 수 없었다. 뭐하러 왔냐는 질문에 실없이 마카롱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에게 부정은 “오늘 무슨 날인지 아니?”하고 물었다. 이에 “알아. 나도 아빠였잖아”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정수, 그리고 부정의 모습은 씻을 수 없는 상흔의 깊이를 짐작게 하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부정, 강재, 정수의 삼자대면도 그려졌다. 부정과 찰나의 눈맞춤을 나눈 강재가 걸음을 재촉했지만, 결국 세 사람은 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이날 부정에게 전하지 못한 강재의 마음이 담긴 내레이션은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슬픔에 모양이 있을까요? 아픔에 크기가 있을까요? 고통에 이름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 것만큼 아픈 건 없을 겁니다. 내 것만큼 힘든 것도 없을 겁니다”라는 닿지 않을 위로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특히 “혹시 오늘도 죽을 만큼 괴로운 하루를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죽음처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라는 애처롭고 절절한 고백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로등 아래 홀로 흐느끼는 강재의 눈물 엔딩도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부정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베일을 벗을수록 강재의 복잡한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강재의 말처럼 저마다 이름 없는 고통들로 누구보다 아프고 힘든 인생을 견뎌내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절정을 향하고 있다. 그 내면을 파고드는 깊은 통찰 너머,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남은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다. 부정과 강재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 10회는 오늘(3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