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J-Pop, 추리 소설..등등 전반적인 일본의 대중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 작품들은 '맛이 갔다.' 그러면서 이제는 흥이 나서가 아니라 그냥 밥벌이를 위해서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지낸 지가 꽤 되었다.

카시와기 유키의 비키니 샷만을 보아도 흥분되었고, '파이날 판타지'나 '바이오하자드' 신작이 나올 때면 몇 달 전부터 두근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 대중 문화 작품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솔직히 설레는 대상이 없다. 아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정도가 마지막으로 감동을 전달했던 것 같다. (아~ 물론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퍼스트 러브 (初恋)'는, 정말 오랜 만에 일본 영화를 보면서 숨도 안쉬고 전율을 체험했다. 그것도 솔직히 이름만 유명할 뿐, 내용과 작품의 질 면에서는 조금 괜찮은 감독 정도로 여겼던 '오디션'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환갑이 되어서 만든 작품이 "이렇게 빡쎌 줄이야!?!?"

이 작품을 보면, 일본의 B급 무비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적 거장이 되었던 쿠엔틴 타렌티노에게, '어이~ 자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원조는 우리야"라고 미이케 감독이 한 수 가르치는 기분이 든다. 

발표된지 1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오는 12월에 뒤늦게 나마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에서 다시 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작품이다. '킬빌'과 '펄프 픽션'을 일본식 천의무봉의 솜씨로 가공을 거쳐 소개되는 걸작이다. 안보면 당신만 손해이며, "일본 영화 아직 싸~라있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