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나를 그린다 (線は、僕を描く)

도가미 히로마사 (砥上裕將)

講談社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나 배경에 관한 지식은 문외한인 사람이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높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기회가 있을 때면 어깨 너머로 힐끔힐끔 몰래 이곳저곳을 쳐다보며 탐닉하고 있고, 가지 않더라도 시간이 있을 때면 전시회 등을 늘 찾아보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미 푹 빠져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근래 들어서는 동양화, 그 중에서도 수묵화에 흠뻑 빠져버렸다. 농담과 붓의 억양, 그리고 여백에서 오는 그 알 수 없는 힘은 어릴 적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먹'이라는 자체의 낭만은 단순히 흑백의 대비와 농도로 표현됨이 아닌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때로는 힘과 고독, 정취, 낭만, 그리움. 더 나아가 삶까지 표현되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 수묵화에 푹 빠져 있을때 만나게 된 이 작품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의 소설일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수묵화를 통한 성장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아름다움이 이를 넘어서고 있는 묘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우연한 계기로 수묵화의 거장에 눈에 띄어 수묵화를 배우게 되고, 그의 손녀와 수묵화로 대결을 한다는 뻔할 법 하지만 그래도 제법 흥미를 자극하는 스토리 라인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내가 그리는 주체가 아닌 선으로 나를 표현하게 된다는 이 작품의 타이틀처럼, 수묵화를 통해서 표현되는 이 멋스러움과 낭만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