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쌀쌀한 날씨 속의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는 일본의 대형 록 그룹인 'ONE OK ROCK'의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서울 공연이 거행되었다.

Suchmos나 요네즈 켄시가 감상용 록 뮤직으로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면, ONE OK ROCK은 마치 예전 메탈리카나 AC/DC 처럼 볼티지가 높은 록 뮤직으로 스타디움이나 돔에 안성맞춤인 메탈 밴드이다.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같은 아이돌 팀이 아니면 대형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없는 편식 성향의 케이팝에 비하여 제이팝의 스펙트럼이 부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모든 뉴스가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으로 도배되고 일제 상품 불매 운동이 한창인 지금 이 시점에, "일본 록 뮤지션을 소개하는 이유가 뭐냐?"라든가 '너 일베냐?"라는 질문 아닌 사실상의 욕설이 귓가에 들려오는 기분이다.

아주 오랜 옛날인 1981년, 당시 방송만 빼고 젊은 세대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커피숍에서 매일 흘러 나오는 곡이 있었다. Manhattan Transfer의 '(Wanted) Dead Or Alive'.

생사불문 세계적으로 악명 높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들을 거론하며 조롱하는 코믹 송이었고, 이 곡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박정희'.

대중문화는 위던 아래던 어느 방향에서도 억지를 부리면 역반응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대표적인 경우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0년대에 미 국방성이 미전국의 라디오 방송국에 '방송 자제' 권고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초대박이 났던 'Eve Of Destruction'이다. 내버려 두었으면 아마 히트를 못했을 무명 가수의 그저 그런 곡이 미 국방부의 쓸데없는 짓 덕분에 대박 홍보가 된 셈.

우리는 순간을 살고 있지만, 문화는 영원하다. 이스라엘 필하모니가 독일인 지휘자를 객원 초빙하지는 않지만, 바그너와 베토벤은 레파토리에 올리고 있다.

냉전 시절 구 소련과 동구권 청년들도 '리바이스 청바지'와 '브리트니 스피어즈'에 미쳐 있었고, 지금 당장 일본에서는 한국 아이돌들이 바로 이 순간에 줄줄이 콘서트 스케줄이 잡혀있다.

정치와 문화가 별개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폴리포닉하거나 싱크로나이즈 될 필요도 없다. 문화 소비에 대한 판단은 이제 대한민국 정도의 국가라면 그냥 개인의 판단에 맡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