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굴 만나던 항상 내게 처음 걸어오는 말은 "요즘 뭐 재밌는 음악, 드라마 혹은 영화 있나?"

살면서 참 수많은 오타쿠들과 개인적으로 혹은 직업상 부대끼며 지내오고 있지만, 가만 생각을 해보면 나도 참 엄청난 중증의 오타쿠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드나 일드의 양대 단골 무대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찰서와 병원, 물론 한국에서는 오타쿠 남성 드라마 작가의 부족으로 예외이다. 아예 두 단골 무대를 하나로 결합한 'CSI' 시리즈는 스핀 오프 포함해서 몇 시즌까지 방영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를 않는다.

죠지 클루니의 'E.R' 이후 미드던 일드던 병원 소재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의사와 간호사이기 때문에 간혹 등장하는 의학 분야의 여타 인물 중심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싸이코 드라마 "덱스터"가 아마도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혈흔 분석 기사를 주인공으로 가장 놀라웠던 드라마였다면, 최근 방영 종료한 후지 TV의 일드 '라디에이션 하우스 ~ 방사선과 진단 리포트 ~'는 '덱스터'와는 정반대 선상에서 구성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착하게 살자'를 테마로하는 새마을 운동형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그 완성도가 높고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빠져들었다. (이런 뻔한 구성의 드라마에!!! 나 자신에게 놀랐다!!)

X-Ray나 MRI, 병원에서 제일 흔하게 받게 되는 검사이지만, 미국 드라마 스타일의 치밀한 내용 전달을 전체적으로 코믹한 톤의 휴먼 드라마라는 트레이 위에 얹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흘려 보낸다. 이 드라마 덕분에 저런 검사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보기 위한 것들인지를 알게 된 것은 부가적인 소득.

지난주까지는 누가 "요즘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 뭐 있어?"라고 질문하면 영국 드라마 '보디가드'나 '라인 오브 듀티'를 권했는데, 새로 시작하는 다음주부터는 단연코 '라디에이션 방사선과'로 답을 정했다.

주연들인 쿠보타 마사타카와 혼다 츠바사의 케미부터 조연인 엔도 켄이치와 야마구치 사야카의 맛깔나는 백업이 더해지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 이야기지만, 매회 종반부에 이르면 흐뭇해진다.

사족이라면, 평소 혐오하는 음악 장르인 일본과 한국 특유의 뽕필 록 밴드 'Man With A Mission'이 주제가를 담당했는데, 뽕필 록이 이 드라마와는 정말 최고의 앙상블 아니 찰떡궁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