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미야 카즈노리'는 아라시의 동료들인 '사쿠라이 쇼'나 '마츠모토 준'과 비교했을 때 배우로서 확실히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담당했던 어린 일본군 병사 '사이고' 역은 그를 일약 일본의 주요 배우 군단에 합류시켰고, 이후 유별나게 동안인 용모와 연기력을 바탕으로 '아라시'가 내년부터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금 시점에서도 배우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 보면, 실제 나이 30대 중반을 넘어선 니노미야는 더이상 교복 차림의 학생으로 나올 수도 없고, 본격적인 성인으로서의 연기에 도전해야 한다. 문제는 동안이기 때문에 칭송받던 그의 연기가, 정작 나이에 맞는 성인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흡입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라스트 레시피

근래에 출연했던 '라스트 레시피'와 '검찰측의 죄인'을 보면 이 문제가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두 작품 모두에서 그는 명색만 주연일 뿐 사실상 스토리텔링용 나레이터 역할을 한다. 전작에서는 '니시지마 히데토시', 후작에서는 '기무라 타쿠야'가 노련하게 작품을 리드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연인 니시노리는 존재감이 전혀 없다. 

검찰측의 죄인

아라시의 동료이자 동년배인 '마츠모토 준'은 비록 연기력은 보통급이라 해도, 꽃중년으로서의 매력 덕분에 여전히 멜로 드라마의 주연이 가능하기는 하다. '사쿠라이 쇼'는 '라플라스의 마녀'를 보니 아라시의 후광이 사라지면 연기는 포기하는 것이 나을 듯.

그렇다면 니시노리는? 

내 생각에는 확률이 반반이다. 꽃중년도 아니고 왜소한 체격의 니시노리가 배우로서 롱런하려면 이제는 진짜 배우가 되어야한다. '아라시'와 '이오지마'의 후광은 약발이 다한 시점이다. 

그대신, 고음불가에 음정 불안을 겸비한 음치였지만 독특한 매력의 중저음 발성으로 한시대를 주름잡았던 여가수 '나카시마 미카'처럼, 뭔가 나사가 빠져보이고 오프비트한 니시노리는 그 허술함이 사실 가장 큰 매력이며, 이를 잘 살려내는 작품을 만난다면, 배우로서도 오래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