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와 같이 원래 쌀 문화의 나라이지만, 우동, 소바, 소면 등 예부터 면 요리를 먹는 문화도 있었다. 중화면이나 이탈리아가 발상지인 파스타 등 해외에서 들어온 면요리도 이제는 일본에서 국민식(國民食)으로 확고히 정착하고 있다. 이것은 면 요리를 좋아한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다양하고 인기가 높은 면요리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살펴본다.

 

나가사키 짬뽕(사진 : 일본 관광청)

#히야시츄카(일본식 중국냉면)는 센다이의 중화요리점이 만들어낸 면 요리

여름이면 생각나는 히야시츄카가 탄생한 것은 약 80년 전. 센다이에 있는 ‘류테이’라는 중화요리점의 창업자 요츠쿠라 요시오 씨가 개발한 것이라고 창업자가 남긴 자료에 기록이 되어 있다. 당시에는 량방멘(涼拌麺)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였으며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만들어진 요리였다고 한다.

당시의 중화요리점에는 지금과는 달리 가게 안에 냉방장치가 없었다고 한다. 기름지고 뜨거운 이미지의 중화요리는 여름에는 고객이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 여름철에는 매상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더위 속에서도 먹을 수 있는 면 요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무더위를 생각해 야채를 듬뿍 사용하며 식욕 증진을 위해 산미를 더해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즉 히야시 주카는 일본의 기후가 만들어낸, 여름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 요리였던 것이다.

지금은 여름철이 가까워지면 일본 전국의 중화요리점에서 ‘히야시츄카를 개시했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다. 물론 편의점에 가면 여름철이 아닌 4,5월에도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짬뽕’

나가사키에서 탄생한 면 요리도 기원을 찾아보면 중국 요리이다. 짬뽕이라는 표현 자체는 에도시대(1603년~1867년)에 이미 존재했다고 하는데, 서로 다른 것을 섞는 것이라는 의미의 말로 오키나와 요리인 찬푸루(오키나와 사투리로 섞어 볶는 음식)도 같은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면 요리인 짬뽕의 기원에 대해서는 메이지시대(1868년~1912년) 중기에 나가사키시에 현존하는 중화요리점 ‘시카이로’의 초대 사장인 친헤이준(陳平順)이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싸고 영양가가 높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푸젠성의 멘미엔이라는 요리에서 힌트를 얻어 고안했다고 한다.

짬뽕의 커다란 특징은 ‘도아쿠’라고 불리는 나가사키 특유의 중국식 국수를 만들 때 가루에 섞는 탄산칼륨 등의 용액으로 만든 굵은 면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10가지 이상의 재료와 함께 돼지 뼈와 닭 뼈를 우려낸 육수로 푹 끓이는 것이다.

첫 시작은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요리였지만,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이 점점 규슈 전 지역으로 인기가 퍼져 나갔다고 한다. 그 후 규슈 각지의 면 요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실은 규슈 명물인 진한 돈코츠 라멘도 나가사키의 짬뽕이 기반이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사라우동’은 배달을 고안할 때 탄생했다?

‘시카이로’의 친헤이준이 중화요리를 바탕으로 고안한 면 요리가 또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라우동. 면과 잘게 썬 고기를 볶은 야키소바인 ‘차니시이멘(炒肉絲麺)’을 베이스로 하여 짬뽕을 배달할 때 수프를 흘리지 않도록 고안한 것이 기원이다. 

겉보기에 접시에 담은 야키우동 같이 보인다고 하여 사라우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 후 가타야키소바(생 중화면을 튀긴 것 위에 채소, 고기를 볶아 걸쭉하게 만들어 덮은 것)가 중국에서 들어왔을 때 바삭바삭하게 조리된 가는 면을 사용하는 형식의 사라우동이 탄생. 

지금은 오히려 후자인 바삭바삭한 가는 면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며 나가사키시 주변의 음식점에서 주문을 했을 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바삭바삭하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