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리를 걷다가 보면 가게 앞에 미국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의 장식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미국 너구리가 아니라 일본 원산의 너구리이다. 갖가지 전설과 옛날이야기 중에서 독특한 역할을 담당해 온 동물로 일본인에게는 익숙하다.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갖가지 ‘너구리 전설’을 소개한다.

 

사진 : 픽사베이

#나뭇잎은 너구리의 필수품

옛날부터 너구리는 사람을 속이는 생물로 일본인에게 인식되어 왔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옛날이야기 중에서도 너구리는 무척이나 사악한 짓을 한다. 너구리의 ‘특수 능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변신술 능력이다. 

특히 아름다운 여자로 둔갑하고 인간을 속인다는 설화는 다수 남아 있다. 그밖에 자갈을 돈으로, 똥을 음식으로 둔갑시켜 인간을 속이는 것도 너구리가 늘 하던 상투적인 수법이다. 덧붙이자면, 너구리가 이런 마술을 사용할 때 나뭇잎을 머리 위에 얹는다고 한다.

#너구리 요술의 뿌리는 음낭?

너구리 요술의 뿌리는 음낭에 머문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 음낭은 어떤 크기에도 잡아 늘일 수 있어 낙하산과 담요처럼 사용된다고 한다. 가게 앞에 너구리를 두는 것은 이 음낭의 힘이 장사를 번창케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너구리는 밝고 쾌활한 술주정꾼

너구리는 사악이라기보다 악의 없는 장난을 치는 존재로 인식이 변해갔다. 북처럼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술을 먹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신나는 북 소리가 들려와도 결코 다가가면 안 된다. 

옛날부터 이 소리에 현혹돼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그네와 사냥꾼, 승려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밝고 쾌활한 동물이라는 인상을 받게 됨으로써 일본 전국의 가게 앞에 술병을 든 너구리 장식물이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복을 부르는 삿갓

사진 : 픽사베이

사초로 만든 삿갓을 쓰고 있는 것도 너구리 장식물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삿갓을 쓴 너구리 장식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18세기 경으로, 비 오는 밤에 너구리가 주조소에 몰래 들어가 술을 훔쳤다는 전설을 노래한 오래된 노래가 유래가 되었다. 그 일화로 인해 너구리는 악천후와 불행에 대비하는 상징으로도 여겨지게 되었다. 삿갓을 쓰게 됨으로써 이제 너구리도 나뭇잎을 머리 위에 얹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너구리의 현황

현재는 둔갑너구리를 좀처럼 보기 어렵지만, 동물로서의 너구리는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근대화에 따라 숲 속으로 쫓긴 너구리들은 교외 그리고 도심부로 거처를 옮겼다.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인간이 먹다 남은 음식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너구리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