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八つ墓村)

요코미조 세이시 (横溝正史)

角川書店

날씨가 변덕을 부리거나 미세 먼지로 외출이 꺼려질 때는 어떠한 서적이나 새로운 읽을거리를 접한다는 것이 제법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럴때면 언제나 단순한 이야기에 치중한 소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나 자신을 보내줄 만한 강력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결국에는 항상 어쩔수 없다는 듯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의 작품을 서양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아가사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 등의 텍스트 적인 작가들이 떠오르기도 하겠지만 그들과는 조금 다르게 어둡고 을씨년스럽거나, 또는 괴기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서슬퍼런 느낌이 드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 누구하고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면  그만의 세계에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는 무서운 습관이 들게되었다.

그리고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베스트를 뽑는다면 '혼진 살인사건, ''옥문도', 그리고 이 '팔묘촌'이 되지 않을까.

전국시대 패주무사 여덟명이 황금을 들고 도주하다가 한 마을에 숨는다. 황금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이 이 무사들을 모두 죽여버리는데 이 무사들이 죽기 전에 저주를 퍼붓는다. 그때부터 이 마을은 팔묘촌이라고 불리우는데 세월이 흘러 저주와 미신이 가득한 이 마을에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반드시 쌍을 이루는 것에는 하나씩 죽어나가는 미스테리하며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사건들.
두명의 미망인 중 한 명, 두 명의 스님중 하나, 두 의사 중의 한명 등의 쌍을 이루는 것은 반드시 죽어나가고야 마는데..

이 미스테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다 보면 사건구성의 치밀함이나 어떤 논리적인 것보다 이 자체에서 느껴지는 오컬트적이며 다소 음울한 분위기가 나를 정말 쉴틈없이 만들어주는 것에 놀라울 다름이었다.

옥문도와 더불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날씨가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자리에 오래 붙들어 둘 수 있는 굉장한 작품이라 하겠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