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구석구석까지 그물처럼 뻗어 있어 여행자에게도 매우 편리한 이동 수단인 전철. 하지만 특정시간에 도쿄의 만원 전철을 타는 것은 각오가 필요하다. 물론 서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역시 이에 못지않지만. 

만원 전철은 일본의 출퇴근 시간대에는 누구나 만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전철에 흔들리고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어떻게든 손잡이에 매달려 목적지까지 향한다. 그런 일본의 ‘이상한 일상’인 만원 전철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이른 아침 역에 넘쳐나는 사람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본의 회사 업무 개시 시간은 아침 8시 반~9시경이다. 도쿄에서는 기업의 오피스는 도심부에 많고 주택은 거기에서 약간 떨어진 주변부에 많기 때문에 7시~9시경이 출퇴근 시간에 해당한다. 그 시간에는 역의 플랫폼은 출근길의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으로 넘친다. 물론 여성도 있지만 여성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특별히 운행되는 여성전용칸을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전철의 문이 열리는 순간, 꿀을 찾아 꽃에 달려드는 꿀벌처럼 차내로 일제히 밀려드는 것이다. 물론 줄을 선 순서대로다. 다행히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열차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보인다 싶으면 엉덩이를 내밀며 마지막 탑승을 노리는 아저씨들도 있지만 다들 힘드니 참는 게 약이다.

#일본의 만원 전철 혼잡률

일본 국토교통성이 공표하고 있는 혼잡률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재미있게도 혼잡률을 상황별로 설명해 준다.

1) 혼잡률 100% : 좌석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거나 도어 부근의 기둥을 잡을 수 있다.

2) 혼잡률 150% : 펼쳐서 편하게 신문을 읽을 수 있다.

3) 혼잡률 180% : 접는 등 무리를 하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

4) 혼잡률 200% : 몸이 닿고 상당한 압박감이 있지만, 주간지 정도라면 대충 읽을 수 있다.

5) 혼잡률 250% :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몸이 기울어져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손도 움직일 수 없다.

#모르면 비난의 표적? 만원 전철에서의 암묵의 룰

1) 큰 짐을 들고 승차 : 물론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대놓고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혼잡한 전철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승차하려는 모습을 바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반갑지만은 않다. 운이 나쁘면 정말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승차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여행가방을 들고 해당 시간에 전철이용은 피하는 게 좋다.

2) 비오는 날엔 우산 주의

젖은 우산을 가진 경우에는 물기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빗물을 털어내고 타는 것이 매너로 통한다. 또, 다른 사람의 신발에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몸에 붙여서 들도록 하자. 젖은 접이식 우산도 주위 사람의 옷이나 가방에 닿기 쉬우므로, 발밑에 두거나 커버를 하는 것이 좋다.

3) 배낭은 반드시 안고 타자

혼잡하지 않을 때는 신경 쓸 것은 없지만, 혼잡한 전철에서는 배낭을 배 쪽으로 안는 것이 정답이다. 공간도 절약할 수 있고 무의식중에 주위 사람에게 배낭을 부딪히는 것도 피할 수 있다며 일본의 출퇴근 열차에서는 이 자세가 매너로 되어 있다. 전철의 창가에는 배낭을 안고 탄 모습의 스티커가 붙여있어 그런 행동을 유도한다.

#만원 전철에서 살아남는 방법

만원 전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인에게 있어서 만원 전철에서 '살아남는' 요령은 사실 특별한 게 없다. 

다만, 전철의 흔들림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승객끼리 밀착된 상태라면 사람이 쿠션이 되므로 무리하게 버티는 것보다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풍우가 지나가는 것을 오로지 기다리는 것. 실제로 일본의 전철은 놀랄 정도 혼잡해도 조용해서, 사람들은 눈을 감고 참을성 있게 '명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 보일 정도이다. 단, 역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차내에는 갑자기 승강객의 파도가 찾아온다. 엉뚱한 역에서 차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또 목적하는 역에서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전철이 혼잡한 시간대

한 조사에 의하면, 일본 전국에서 가장 혼잡률이 높은 것은 아침 7:50~8:50의 지하철 도자이선 '기바' 역부터 '몬젠나카초' 역 사이로, 혼잡률 199%에 이른다. JR 소부선의 '긴시초' 역부터 '료고쿠' 역 사이도 7:21부터 일시적으로 혼잡률 199%에 이른다. 그 밖에도, 관광객이 자주 이용하는 도심부의 노선을 포함하여 도쿄 지하철의 아침 시간대 혼잡률은 164%에 달한다.
또, 회사가 끝나는 18시~19시경의 시간대도 출퇴근 시 정도는 아니지만 혼잡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맺음말

관광객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으로도 비치는 도쿄의 만원 전철. 일본인이라도 출퇴근 열차를 '스트레스로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역시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혼잡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동 시간을 늦출 것을 추천하지만, 일본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일부러 만원 전철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관광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리얼한" 도쿄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