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남 (電車男)

나카노 히토리 (中野独人)

新潮社

개인적인 일들로 인하여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졌다. 아니, 소심해졌다고 해야할까? 어쨋든 이것으로 말미암아 어떤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 사회, 그 곳에서의 밸런스가 파괴된 느낌이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많이 주어지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보다는 더욱 나만의 세계에 숨어버리고는 하는데 이런 나만의 공간에서 이어져가는 비교적 안전한 생활 등을 다른 의미로 되돌아보니 여러가지 흥미로운 작품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이렇게 방구석에 앉아 나만의 세상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보니 문득 '전차남'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신문기사와 동네의 안녕 보다는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집중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어찌보면 이것은 과거의 제법 센세이셔널했던 소재의 작품이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이미 사회가 이런 새로운 문화에 보편화 되어있지 않나 싶을 만큼의 이색적인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전차에서 취객에게 희롱당하는 여성들을 본 어떤 오타쿠 청년이 용기를 내 여성을 도와주고 이 계기로 연애가 시작되는데 이 연애상담을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라는 채팅 개시판에 작은 사회를 통하여 많은 질문을 화답하고 그것을 통해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이 작품은 어찌보면 잠재되어 있는 새로운 욕구. 그를 품은 환상을 현실로 반영하는 것에 대한 쾌감, 그리고 어찌보면 누구나 오타쿠처럼 살 수 밖에 없는 젊은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에서부터 이미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많은 풍선말들처럼 이 작은 사회속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과 공유를 통하여 마치 동화속의 소설처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나 할까.

작게 남아 다음 글귀를 기다리는 깜빡이는 커서와 프롬프트, 그리고 에르메스 찻잔에서 시작되는 다소 이상한 로맨스의 완성형을 누구나 보고 싶어할 것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