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와 예술 전 분야에 걸쳐 기자라는 나의 직업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애호가로서 진심으로 신작이 기다려지는 아티스트는 나에게는 둘이 있다.

하나는 영화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고, 다른 하나는 록 밴드 Suchmos이다.

애시드 재즈와 록을 하이브리드한 쿨 사운드를 들려주며 지금 이 시대 일본 록 뮤직계 정점의 밴드라 할 수 있는 Suchmos의 뉴 앨범 'ANYMAL'이 한국에서도 29일 멜론을 통하여 음원이 공개되었고, 아울러 YouTube에서는 뉴 앨범 수록곡인 'Water'를 라이브로 선보이는 생중계 스트리밍 이벤트가 오후 10:00 정각에 개시되었다.

40여분이 지나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으니 사실 리뷰라기 보다는 첫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여하튼 나의 첫 느낌은 마치 7년전 Radiohead의 'The King Of Limbs'의 지하실 라이브 영상을 보던 때와 거의 흡사했다.

록 뮤직 팬이 아닌 분들을 위해서 부연 설명하자면, 라디오헤드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BLUE) 사운드를 바탕으로 혼돈의 세계와 정신분열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이다.

Suchomos는 냉소적인 (COOL)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대중적인 팝 밴드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뉴 앨범 'ANYMAL'은 Suchmos가 COOL과 POP을 버리고 BLUE와 PROGRESSIVE 세계로 가는 길목에서 발표한 앨범이다. 특히나 선공개한 'In The Zoo'가 너무나 뛰어나서 일종의 흥분감을 가지고 발매일과 유튜브 라이브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 동시에 "분수를 모르고 덤빈다."는 느낌도 솔직히 들었다. Progressive 록 밴드로서 자신들 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실력이 될까? 쿨 시절에도 결국은 자미로콰이 짝퉁이었는데, 이번에는 라디오헤드 짝퉁이 되려는 것인가?

물론 쉽게 단정을 내릴 수는 없다. 이건 Suchmos 뿐만이 아니라, 일본 포함 아시아의 모든 뮤지션들에게 해당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음악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방탄소년단 같은 장난감이 빌보드 1위했다고 좋아하는 사이에, 일본에서는 Suchmos 같은 뮤지션들이 리얼 뮤직으로 세상과 맞서려 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한 일이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이번 'ANYMAL' 앨범은 별로 재감상의 가치는 없다. 한국에서 혁오와 함께할 조인트 라이브는 볼 가치가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미완성 작품이다.

이보다는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 Dua Lipa와 등장해서 레즈비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여성 록 뮤지션 St.Vincent를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데이빗 번을 만나 눈을 뜬 그녀도 완성까지 15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