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ぼぎわんが、来る)
사와무라 이치 (澤村伊智)

KADOKAWA

스릴러 또 공포라는 소재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만으로도 유년시절의 나를 돌이켜 보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어릴 적부터 여러가지 소설들을 좋아하던 나에게 추리소설은 신비스럽지만 다소 무서운 세계였다.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이상한 쪽으로 펼쳐나가는 아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이상한 의미부여 같은 것을 자주 하던 편이었다. 조금 극적이었다고 할까 더욱이 초등학교 시절에 만나게 된 빨간색의 '아가사 크리스티' 서적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웬만한 공포영화를 접하는 만큼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조금 더 지나 청소년기에는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스릴러라는 장르의 서적도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것은 라디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양들의 침묵' 같은 엄청난 작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 쫒아와요.!" 라고 하는 다소 긴박해 보이는 광고 보이스만을 듣고 서점으로 달려간 적도 있었고, 무엇인가 조금 더 자극적이고 깜짝놀랄만한 작품을 이불 속에 숨어서 탐닉하고자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다소 아날로그적인 궤적이 쌓여간 덕에 컨텐츠가 범람하는 이 시기에도 영화나 영상보다도 소설 속에서 마주하는 긴장감과 공포가 여운이 길게 남는 편이며, 그 영상 속에서 보지못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좋아한다. 

'보기왕'이 온다. 무엇인가 다가온다는 그말 자체가 섬뜩했다. 이 작품은 그 이름처럼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만한 구성과 요소를 전부 지니고 있었다. 

서양에서 들어온 '부기맨'을 보기왕으로 부르는 듯 하다. 책 속에서도 누군가 부르면 절대 대답하면 안되고 문을 열어줘서는 안되는 존재로 나오는데 '방문자' '소유자' '제삼자'로 초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1인칭 구성으로 써내려가고 있지만 서술자가 매번 다르다. 

처음 방문자에서는 '다하라 히데키' 2장에서는 그의 부인인 '가나' 3장에서는 오컬트 작가 '노자키'의 순서로 흘러간다.

가장 다하라 히데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의 고향에서 처음으로 보기왕을 만나게 된 다하라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무사히 끌려가지 않고 잘 살아남게 되지만 20년이 넘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 존재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며 아내 가나와 어린 딸 치사를 지키기 위해서 겪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매 장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있지만 각각의 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전에 있었던 장의 다른 시각들이 하나하나의 다른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 나가는 재미를 선사하며 영원히 따라다니는 절대적인 존재와 틈새를 파고드는 서늘한 묘사는 지금 이 순간도 창문 밖을 한번씩 쳐다보게 만드는 무서움이 배어있는 놀라운 작품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 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