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일, NHK 홍백가합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먹고 시청하던 중에, 눈과 귀에 번쩍 들어온 여가수가 '아이묭 (Aimyong)'이었다.

누군지도 몰랐고 당연히 처음보는 앳띤 여자 아이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는 모습과 그 아우라가 범상치 않아 주목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13일에 두번째 앨범이 출시되어 이번 주말 열심히 리스닝 삼매경.

가요, 팝 할 것없이 해가 지날수록 귀에 들어오는 아티스트나 앨범이 별로 없어 지나간 명반들만 주구장창 듣던 중에, 이렇게 신선한 재능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말로 형언하기가 힘들다.

가요에서는 자우림 이후로 팝록을 전면에 내세운 재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여성 아티스트가 전멸된 사이에, J-Pop에서는 이렇게 드물더라도 누군가가 명맥을 유지한다는 점이 부럽기만 하다. (물론 팝에서는 St. Vincent, Brandi Carlile, Janelle Monae 등 남성보다 여성 록 뮤지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하튼 나로서는 뒤늦게 알게된 아이묭은 이번 앨범에서 제일 먼저 귀에 들어오는 곡이 '오늘 밤 이대로 (今夜このまま)'이다. 작년 말에 발표되어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2월 들어서는 스트리밍 1000만 회를 넘어서며 히트곡 반열에 올라섰다. 이 곡외에도 앨범에는 '마리골드'라든가 '꿈을 쫓아 벵골' 등등이 귀에 들어오는데, 한결같이 아직 완성도 측면에서는 빈구석이 많고 특히나 어설픈 J-Pop 프로듀싱으로 재능을 억압하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좋은 프로듀서를 만난다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묭의 재능을 탐지하기에는 충분하다.

문제는 과연 그런 실력을 갖춘 프로듀서와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 예를 들어 여성 록 그룹의 시조라 할 Heart는 미모와 가창력을 바탕으로 팝 차트에서 넘버원을 기록하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투어를 다니던 수퍼 스타 그룹이었지만, 훌륭한 여성 아티스트 그룹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레드 제플린의 존 폴 존스를 만나 앤 윌슨의 가창력에 중점을 둔 어쿠스틱한 사운드 어레인지를 받은 이후부터, 오히려 전성기가 지난 다음부터 시애틀 지역의 모던 록 대모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Alice In Chains, Jane's Addiction, Guns N' Roses의 멤버들을 백 밴드 멤버로 데리고 다닐 정도.

한국에 비한다면 일본에는 록 분야에 훌륭한 프로듀서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니 분명히 어느 시점에 아이묭이 진가를 발휘할 앨범이 탄생하리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이번 앨범 '순간적 식스 센스'가 그 증거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10년 후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아이묭의 초기 앨범을 지금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차트용 미소녀로 끝내기에는 재능이 꿈틀거리는 것이 들어보면 감지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Sheryl Crow나 Meredith Brooks가 등장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단 가창력은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Photos From Aimyon's Official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