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주 오래 전 김성종 작가 이후 추리 소설의 명맥이 사실상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지만, 일본에서는 제법 꾸준하게 추리 쟝르에서도 괜챦은 소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여 만들었을 때는, 근래 들어서 그다지 재밌게 본 일본 영화가 기억에 없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들 중의 하나는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미 드라마나 영화와 비교하여 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여하튼 일본의 추리 및 스릴러 영화라면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설록'이나 미드 C.S.I 시리즈 등등과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던 중, 정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사실은 이번 주에 리뷰할 만한 신작 일본 영화가 없어서) 극장 개봉과 동시에 VOD 다운이 가능한 '작년 겨울, 너와 이별'을 심드렁하게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여전히 연기력이 어벙벙한 이와타 타카노리가 등장하여 뻔한 전개와 뻔한 구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약 30분 동안 "이걸 끝까지 봐야하나?"라는 갈등이 시작되었다. 정말 리뷰하려 했던 다른 작품이 있었다면, 30분 즈음에서 VOD 다운로드 비용 4,500원을 포기하고 접었을 것이 분명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 내려 오는 눈꺼풀을 애써 참아가며 '조금만 더'라며 억지 시청을 계속하던 중...서서히 반전이 시작되었다. 어리벙벙하던 표정의 이와타 타카노리의 얼굴에서 배우의 눈빛이 발하기 시작했고, 평생 영화와 드라마를 하도 많이 보아서 대략 10분만 보아도 영화 줄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나같은 선수(?)조차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반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후로는 엔딩까지 한걸음. "볼 것이 없어 선택한 것이 오히려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반전과 치밀한 구성이 나를 사로 잡았다.

근래들어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추리, 스릴러는 마이클 코넬리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드 '보슈 (Bosch)'였는데, 깊이나 캐릭터 설정에서는 물론 그에 한참 못미치지만, 대신 구성과 반전에서는 동급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흠잡을 곳이 없었다. 양념으로 일본식 로맨스를 가미한 것도 나름의 매력.

여하튼 결론은 '강추'이다.

[사진제공 = i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