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드뷔시 (さよならドビュッシー) -
- 나카야마 시치리 (中山七里) -

宝島社文庫

집에 놓여있는 책장에서 반쯤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 책이 눈에 띄어 꺼내 보았다. 오래전 침대에 누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보니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당시 슈나이더의 '오르가니스트'라는 소설에 푹 빠져 있었던 때였는데,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었다. 드뷔시와 쇼팽의 피아노 곡을 소재로 펼쳐지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놀랍게도 이 드라마의 컨셉은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 테마에 피아노라는 도구를 멋드러지게 섞어 놓았으며, 이야기의 핵심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컬러에 알맞는 아이템으로는 좋은 듯하다.

드뷔시와 쇼팽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콩쿠르와 재능, 그리고 난이도가 높은 곡들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어 나가고 있는데..

글쎄, 개인적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드뷔시나 쇼팽의 곡보다 베토벤의 소나타 중 '템페스트'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루카'라는 고등학생이자 고액의 유산 상속녀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신화상으로 피아노의 꿈이 멀어져 가는 사건부터 드라마는 시작되는데,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하여 추리소설로 바뀌게 되는 내용이다.

'정지부조건!'으로 상속받아야 하는 유산 문제, 결말의 극적인 반전, 캐릭터가 구분되어 있는 등장인물의 관계, 살인 등의 추리소설에서의 모든 소재들이 잘 나열되어 돌아가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을 감각적으로 버무려 주는 것은 인간의 열정과 욕망을 피아노와 음악이라는 풀이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마법과도 같은 감성에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또 나 자신에 대한 아름다운 투자를 엿보고 싶을때 피아노가 아닌 자신만의 건반을 누르며 각자의 삶의 콩쿠르를 향해 달려가 봄이 어떨까도 싶다.

두줄기의 드라마가 하나로 엮이며 폴리포닉하게 전개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