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친 -
- 요시모토 바나나 -

角川文庫

키친....?

부엌이라는 이 인상적인 제목의 소설은 내가 한창 일본소설 열풍이 불고있을 무렵에 접하게 된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도 스릴러도 아니지만 하얀 바탕에 검은색 튤립으로 무거운 느낌으로 치장되어 있는 겉표지가 인상적이어서 한눈에 들어오기도 하였고, 그것은 마치 장례식의 검은 베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내용물의 분위기를 한번에 말해주고 있는 듯 해서 바로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죽음으로부터 잃어버린 것들..

그 상실감에서 오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극중 인물들과 또 우리 자신들에게 지워지는 것이 아닌 덧칠해 나가는 삶의 치유와 방식을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는 내용이었다.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의 세가지 이야기를 '부엌'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의 연결 고리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상처, 만남, 치유를 통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의 핵심은 바로 '사람' 이었다.

사람을 통해서 상처를 받았고 사람을 통해서 살아가고 사람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일반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가 늘 접하게 되는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때는 있어도 슬프지는 않았다.

바나나의 소설은 다소 건조하지만 간결하고 소소하게 낭만, 그리고 그리움을 담고 있는 듯 해서 언제나 나를 새로운 주인공이 아닌 나를 돌이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마법이 있다.

맨 정신에도 취한 것처럼 만들어주는 이 기분에 맞춰서 음반 한장을 CD 플레이어에 올려본다. 피아노가 가장 잘 어울리겠지만 우선은  'Every Little Thing' 의 'Time Goes By'가 좋을 것 같다. 볼륨을 너무 올리지 않고 흘러가게 두고 사케 한잔 기울이니 나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이 잔에 떨어지는 듯 했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