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 문 도-
- 요코미조 세이시 -

Photo By 角川文庫

요즘은 날씨가 들쑥날쑥해서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최근 출장을 갔다가 공항에서 고립되기도 해보고 강한 비바람으로 인하여 밤새 시끄러운 소리와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바람소리. 이렇게 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한가지 장면이 떠오르고는 한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 .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추리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나에게 일본 고전 추리물의 바이블.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항상 코난이 외치던 "할아버지 이름으로"의 그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애드가 앨런포우나 댄 브라운 등의 작품 세계에서 새로이 문을 두드렸었다.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인데 배경 분위기나 이야기의 흐름에서 다소 오컬트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에도 시대 삼백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던 섬.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잔혹하고 아름다운 서사시가 펼쳐지는 듯 하다. 항상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저주, 악몽, 전설 등이 적절히 녹아있어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고 이들을 이질감 없이 그 만의 시각화 장치를 통하여 극대화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본 배경과는 관계없이 '환상의 섬' 또는 전설속의 일본 고대 왕국인 '야마타이'가 있다는 그 어느 섬을 탐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항상 주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것과 더불어 세이시 만의 메세지도 함축되어 있었다. 그의 소설에서 늘 등장하듯 잘못된 전통적 인습과 왜곡되어 있는 일부 지역 풍토 그리고 비뚤어진 종교관이 사건의 구심점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여기서 섬의 의미는 지리적 의미에서의 폐쇄성만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상에서의 폐쇄사회를 비꼬집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련되고 환상적인 추리소설을 마주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옥문도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중에서도 가장 먼저 권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미장센과 내용을 담고 있다.

비 바람이 몰아치고 음침한 기운이 감돌때면 항상 '옥문도'의 어느 한 부분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