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 시스템 체크용 최고의 영화 블루레이 베스트 3

‘블루 벨벳’으로 유명한 데이빗 린치 감독께서 말씀하시기를 “영화의 절반은 비주얼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운드입니다.”

뭐 이 말에 동의를 하거나 말거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를 주로 홈 시네마 시스템 테스트용으로 찾는다. 근래에 4K UHD 블루레이로 출시된 작품들 리스트를 보아도, 대부분이 ‘매트릭스’ 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등 액션 무비들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한국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 상, 방음 처리를 제대로 갖추거나 넓은 단독 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은 옆집 혹은 아래 층과의 불화를 조심하느라 베이스 우퍼를 쾅쾅 울리면서 큰 볼륨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최신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즐기려면 펀치력 보다는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홈 시네마 사운드 시스템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래서 내가 뽑은 영화 리스트 3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제1번: 우선은 ‘스타 워즈: 깨어난 포스’ 중에서 챕터 7이다.

여주인공인 레이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에는 일체의 시끄러운 노이즈가 없으며 심지어 대사도 없다. 그저 공간과 침묵 만이 존재하며, 우주선의 휑뎅그렁한 잔해의 광대한 공허감을 통하여 일종의 경외감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아울러 레이가 등장하여 고향 행성의 사막 초원으로 향할 때는 분위기를 전환하여 고속 스피더에 만재한 금속 잡동사니들의 철거덩거리는 소리와 ‘레이의 테마’가 흐를 때의 섬세하고 기민한 소리 가닥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 부분의 처리가 불분명하면, 경이와 모험이라는 느낌을 상실하게 된다.

제2번: 연인 (House Of Flying Daggers)의 챕터 4

장이머우 감독의 이 멋진 무협 영화에는 이국적인 영상만큼이나 강렬한 사운드가 담겨 있으며, 북 소리 춤 장면을 통해서 시스템 사운드 필드의 빈 구석을 바로 찾아 낼 수가 있다. 유덕화가 슬로 모션으로 던지는 콩들이 공간을 튀어 다니면 AV 시스템은 그 탄도를 추적해야만 한다. 여기서 핵심은 통합으로서, 사운드 필드는 최대한 긴밀하게 북 소리 전체를 담아 내면서 내가 그 정중앙에 위치해야 한다. 맹렬한 타악기 연주는 역시나 다이나믹스 테스트에 안성맞춤이며, 동시에 유리 깨지는 소리와 장쯔이의 찰랑거리는 머리 장식 소리가 스피커 트위터의 고역 제어력을 시험한다.

후반부 5분 가량의 대나무 숲 결투에서는, 나무가 삐걱거리고 부러지고 공중 부양하는 장면을 통해서 유사한 방식으로 정밀도와 응집력을 시험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영화 매니아들이 이 장면에 동의할 것이다.

제3번: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2017)의 챕터 17

UHD 블루레이로 출시된 덕분에,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이 전설적이며 독창적 공상 과학물인 ‘블레이드 러너’가 돌비 애트모스를 장착하게 되었고, 시작부터 곧바로 그 존재감이 감지되면서 상당한 중량감과 깊이감, 다이내미즘을 선사한다.

혼잡한 군중 씬 한 가운데서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캐릭터의 움직임을 찾아내게 만드는 효과음을 전개한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에서 빈번하게 내리는 비가 인실링 스피커 효과음 테스트용으로 최고로서, 기존 7.1 채널에서는 언감생심이었던 수직감이 더해진다. (위에서 아래로 비가 온다는 말이다.)

반젤리스의 수수께끼 같은 스코어가 효과음과 결합되어 훌륭하게 연주되면서 돌비 애트모스가 선사하는 몰입 효과에 관한한 아마도 최고의 예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이 세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크고 박력이 넘치는 사운드가 넘실대는 것과는 정반대로 조용한 가운데 쉼표를 두고 정적을 깨면서 긴장감을 요구하는 장면들 때문이다.

단상을 두드리며 열변을 쏟아내는 큰 목소리 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정확하게 이야기 할 때, 청중이 더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