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기간이라서 그랬을까? 딱 포스터만 보아도 재미없을 것 같은 러시아 영화 '시크릿 어페어'의 언론 스크리닝 비밀번호를 받아서 축구가 시작되기 전에 피자 한 조각을 앞에 높고 시청 개시.

역시 영화는 예상했던 대로 뻔하디 뻔한 치정 멜로 드라마였고, 막말로 "내가 메가폰을 직접 잡아도 이보다는 잘 만들겠다" 싶을 만큼 한심한 수준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이나 멕시코의 아줌마용 TV 드라마 수준 + 섹스 씬.

그런데 중요한 점은 열중해서 끝까지 보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리즈 시절의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그리고 평창의 피겨 퀸 자기토바를 합친 것 보다 더 고급스러운 기품을 지닌 천하의 미녀 "안나 치포프스카야"의 미모 때문이었다. 아울러 풀 누드 바디까지 보여주니, 이건 뭐 남자라면.....

그 옛날 영화 '테스'로 처음 등장하던 시절의 나스타샤 킨스키를 연상케하는 치포프스카야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나 등장할 법한 '오데트'였고, 가난이라는 마법에 걸린 극중 여주인공이자 유부녀인 니나에게 지그프리트 왕자가 아닌 중년의 유부남 뱅커가 등장하여 가난의 족쇄를 풀어 주고 대신 그녀의 육체를 탐한다.

뭐 그 이상의 스토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는 리챠드 기어를 접수(?)한 줄리아 로버츠가 호텔 욕조 안에서 프린스의 'Kiss'를 흥얼거리며 '봉 잡았다!!'고 승리를 자축하지만, 여기서 니나는 뱅커와의 첫 정사 후에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아리아를 흥얼거린다. 주인공이 가난하다는 것 빼고는 사실 라보엠과 이 영화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그저 러시아 감독이라는 티를 내고 싶었던 듯.

여하튼 잡썰은 생략하고, 영화는 보자마자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안나 치포프스카야'는 마리아 샤라포바가 17세에 윔블던 코트에 등장하여 우승하던 바로 그 순간을 연상케 할 만큼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나에게 선사했다. 

너무나 압도적인 미모여서 별다른 미사여구도 떠오르지 않는데, 여하튼 극장에서 볼지 말지는 알아서들 판단들 하시고, 나는 'DVD 랙'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의 윔블던 우승 당시 다큐멘타리나 다시 꺼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