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트립 시리즈 3탄 '트립 투 스페인'은 이전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사진제공: 찬란

'꽃보다 할배' + '윤식당' 처럼 진행되며 여행과 미식을 테마로하던 페이크 다큐 로드 무비가, 이번에는 여행과 미식은 양념일 뿐, 50대인 마이클 감독이 어느덧 실제로 50대에 접어든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던의 버디 무비로 바꾸어 놓았다.

50대인 나는 이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대사 하나 하나 부터 데이빗 보위나 믹 재거 혹은 마이클 케인의 흉내를 내는 스티브와 롭의 아재 개그에 배꼽을 잡았지만, 한국의 극장과 영화를 먹여 살리는 2~30대 관객들이 이번 3탄을 보고도 과연 좋아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나 전작 때문에 여행과 미식의 세계가 주관심사였던 관객이라면 세르반테스와 무슬림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두 아저씨 때문에 하품이 나와야 정상일 듯 싶다.

윈터바텀 감독의 이전 '나인 송즈' 같은 문제작도 아니고, 이번 제3탄 스페인 편은 아무런 테마도 주제도 없다. 그냥 50대 영국 중산층 남성 지식인 아저씨 두사람의 수다떠는 일상을 스페인 여행이라는 도구를 빌려 옮겨 놓은 것 뿐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배경만 다를 뿐 평소 내 일상을 보는 것과 너무나 판박이여서 동질감과 또 한편 50대 끼리만 공감하는 애처로움이 동시에 밀려 들어 왔다.

뭐 남이야 재밌게 보던 말던, 나는 참 맘에 들었으니 본전 이상 뽑은 기분이지만,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는 장담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