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본 출장시 구매하였던 '아니메 LD 완전 카달로그'를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였다.

제목에서 적혀 있듯이 92년까지 애니메이션으로 발매된 모든 LD들이 망라되어 있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을 수집하는 이들에게는 진정한 덕질을 위한 텍스트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표지의 '자이언트 로보'부터가 이미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카탈로그 류의 서적을 보게 되면 자료의 의미와 정리, 분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참 대단한 것이 모든 분야와 종류에 관해서 이런 류의 도서들이 발행된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기도 하였다. 카탈로그는 분류가 잘 되어있는 편이어서 TV 시리즈, 극장판, OVA, 특촬물, 외국 애니메이션 등으로 분류가 되어있으며 올칼라의 썸네일 사이즈로 인쇄되어있다.

엄청 고가였던 LD 디스크를 비디오 테이프에 불법 복제하여 판매하였던 명동과 을지로 등지에서는 선택의 폭의 여지가 없어 거의 주는대로 받아서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 후에 이야기이지만 이런 카탈로그를 들고 방문한다면 아마 모든것을 알고 있는 '신' 과 같은 존재로 부각 받을 수 도 있는 절대 아이템인 것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다 보면 추억의 수레바퀴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주 어릴적 부터 보아왔던 코난, 더티페어, 보그맨, 알프스 소녀 하이디, 태양소년 에스테반, 달타냥의 모험 등이 영사기 돌아가듯 쉴새없이 눈과 머리가 즐거워진다.

보았던 것, 보고싶었던 것, 말로만 들었던 것들이 하나로 정리되면서 더욱 컬렉터의 기질을 발동시켜준다. 집에 있는 LD 를 꺼내어 보기도 하고 컴퓨터에 보관중인 애니메이션을 돌려보기도 하고 일본 경매 사이트를 기웃 거려보기도 하는데 이 신선한 자극이 상당히 기분좋은 역할을 한다.

덕분에 집에있는 먼지를 걷어내고 LD, DVD, 블루레이를 꺼내어 돌려보게될 이유가 생겼다. 또 소장하고 싶은 것들도 당연히 늘어났다.

내용이야 리마스터되어있는 최신 매체의 타이틀이 당연히 우수하겠지만 12인치 사이즈에서 오는 그 박진감과 오리지널리티는 소장가치에 있어 그 어떤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년 시절을 보낸 모든 사람들은 이중에서 적어도 10~20프로 이상은 한번 씩은 보았을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잠재 구매고객 리스트에 누구든 오를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페이지를 넘기다 '리본의 기사' (국내에는 아마 '사파이어 왕자'로 방영되었던 것 같다)를 발견하는 순간 바로 일본 경매 사이트를 뒤적거릴만큼의 강력한 약효가 발휘되었다.

풀 컬렉션이라는 것은 절대 무리겠지만 어느 정도 나의 유년기를 정리할 수 있는 컬렉션이 완성된다면 꼭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