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의 일생을 제대로 담은 전기 영화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보통 영웅사관에 기초한 역사물이거나 영화라는 특성상 주인공을 과대 포장시켜 사실을 미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런 겉치레를 지운 팩트 위주의 전기 영화가 있다. 바로 2005년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에비에이터’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하워드 휴즈는 영화제작자로 또 항공사 사장과 비행사로 큰 성공을 거두어 막대한 부를 손에 쥐었으며, 출중한 외모까지 갖춰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하지만 삶의 말기에는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비극적인 결말로 막을 내렸는데 이는 그의 강박증도 한몫했다.

영화 '에비에이터' 스틸 컷

하워드 휴즈가 앓던 강박증(Obssessive compulsive Disorder)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강박행동에는 예를 들어 손 씻기, 정리정돈하기, 확인하기 등을 반복적으로 행하며 숫자세기, 단어 반복하기 같은 심리내적 행위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가스불이 꺼졌는지, 문단속이 됐는지 수차례 확인했음에도 혹시나 잘못 확인한 게 아닐까 걱정하며 또다시 확인해야 한다.

또 타인과 신체 접촉도 꺼리고 공공시설의 손잡이도 잘 못 만진다. 영화 ‘에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가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장면은 그의 강박증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심지어 그는 모든 물건을 티슈로 싸서 집었고, 세균이 두려워 아무도 자신의 텔레비전 스위치를 만지지 못하게 했다.

강박증의 원인은?

강박증의 원인은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감소 또는 조절장애 때문이라는 이론이 가장 유력하지만, 그 외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아직 강박장애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인자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강박장애 환자의 일차 가족의 35%가 이 질병을 갖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부모가 강박증인 경우 그 자녀가 그 행동을 보면서 강박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유전성이 있는 질병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워드 휴즈의 경우 그의 강박증의 원인을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의 과도한 청결과 과잉보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의 어머니는 불결함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고, 어린 휴즈의 몸을 씻기면서 quarantine(전염병으로부터 격리)를 반복시킨다.

그 후 휴즈는 16세 어머니가 사망하고 난 뒤 quarantine이라는 단어를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증세를 갖게 되며 평생 세균공포에 시달린다.

지난해 영국의 한 여성이 세균감염이 두려워 하루 20시간씩 샤워를 해 탈수증과 피부염으로 사망한 사건 역시 이러한 강박장애 증세의 대표적인 일례이다.

증세가 심한 환자의 경우 스스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치료방법은 있는가?

강박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일반적으로 질환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경향, 강박증에 대한 무지, 약물복용에 대한 두려움, 현실에 대한 회피 등을 들 수 있다.

강박증의 치료에는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수술요법 등이 있다.

정신치료는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증세나 원인, 방어기제 등을 살펴보고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 또 약물치료는 가장 흔히 사용하는 치료요법으로 이미 많은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이 되었다. 그밖에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으니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